국내 전자업체들이 강조하는 프리미엄 전략이 미국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고 있었다. 미국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판매기업인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방문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스트바이 내 프리미엄 홈시어터 매장인 ‘매그놀리아 홈시어터’에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전 세계 TV 1~3위 업체 TV만 전시돼 있었다. 중국 업체의 제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았다.
매장은 TV 화질을 비교하기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한 게 특징이었다. LG전자와 소니는 올레드 TV를 주력으로, 삼성전자는 QLED TV를 대표 상품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LG전자 TV 중 주력은 65인치 올레드 TV인 65C8 모델이었다. 지난해에 4만대가량 팔렸다. 박효근 LG전자 미국법인 TV팀장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올레드 TV의 80%가 LG전자 제품”이라며 “경쟁사 모델은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 낮은 가격 제품인 데 반해 LG전자는 비싼 모델이 제일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2000달러 이상 고가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데 올레드 TV가 혁혁한 공을 세우는 셈이다.
미국 시장 환경도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77인치 이상 대형 TV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좋은 화질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가 제품까지 모두 취급하는 베스트바이 TV코너에도 3개사만 별도의 전시코너가 있었다. 이 코너에는 TV 특가 제품이 많이 진열돼 있었다. 슈퍼볼 프로모션 기간이라 TV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삼성, LG전자 제품 위주였다. 55인치 UHD TV가 500달러(약 56만원), 65인치 모델도 800달러(89만원) 수준이었다. 규모가 큰 미국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도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가전제품은 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미국 업체 GE, 월풀을 포함해 10여 곳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성한 LG전자 미국법인 세탁기팀장은 “세탁기의 경우 관세 때문에 가격이 10%가량 높아졌다. 판매량도 10%가량 줄어들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현지 업체들도 덩달아 가격을 함께 올렸고, 국내 제품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시장 점유율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통돌이 세탁기는 저가 중국 업체들이 많이 보였지만, 드럼세탁기에서는 LG전자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美 업체 무서운 견제에도… 국내 업체 ‘프리미엄 전략’ 통했다
입력 2019-01-14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