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정진영 종교국장
-올해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주요 계획과 비전은 무엇인가.
“교회는 하나님이 이 땅에 세우신 축복의 통로이며 구원의 방주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는 교회란 예수를 닮은 교회다. 성도들이 예수를 닮아가고 교회 사역이 예수님이 하신 일을 계승하는 것이다. 속사람으로는 예수를 닮아가고, 겉사람으로는 예수를 전할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다. 한국교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100년 전 한국교회의 성도 수는 전체 인구의 2% 미만이었으나 3·1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나라를 사랑하는 일에 하나가 돼 힘을 모았다는 얘기다. 당시 한국교회는 교파를 초월해 하나가 됐다. 그래서 3·1운동의 주역이 됐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 특히 연합기관이 하나가 돼야 한다. 나뉘었던 교단도 하나가 돼 대통합, 대화합의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는 대통합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독교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는 시대적 요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하는 게 아니다. 역사의 주관자인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한반도 평화를 선물로 주실 것이라 확신한다. 앞으로 있을 북·미회담이 좋은 결과를 도출해 여의도순복음교회가 기도하고 있는 평양심장병원 공사가 재개되고 올 연말이 되기 전에 준공식을 개최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꿈과 희망이긴 하지만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여의도순복음교회나 목사님의 북한 방문이 계획돼 있는가.
“평양심장병원 건축 재개가 확정되면 이른 시일 내 북한을 방문해 공사 현장을 돌아보고 근로자들도 격려하고자 한다. 아울러 진정한 통일을 원한다면 넓은 마음과 포용,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남북관계가 평화롭기 위해선 서로 배려하며 상호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 남북이 끝까지 적국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할 뿐이다. 체제와 사상이 달라도 그들은 같은 민족이다.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유럽 기독교는 쇠퇴하고 있지만,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회는 부흥하고 있다. 그중 오순절 교단이 약진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영혼은 황폐해진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영성을 가진 인간의 욕망을 과학문명이 채울 수 없다. 결국, 영적 체험을 갈구하게 돼 있다. 그런데 영적 체험을 원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은 성령의 역사다. 오순절 교단은 그 성령의 역사를 앞장서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교회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세계 교회 흐름엔 크게 3대 그룹이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를 중심으로 하는 에큐메니컬 그룹, 전미복음주의자협의회(NAE)를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 운동이 있고 양대 운동을 통합해 끌고 가는 그룹이 바로 오순절 운동이다. 오순절 운동은 미국 하버드대 하비 콕스 교수가 말했듯이 21세기의 유일한 희망이다. 콕스 교수는 다른 종교는 쇠퇴해도 오순절운동과 교회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 예상은 성취돼 현재 전 세계 6억 3000만명이 오순절교단에 속해 있다. 오는 8월 말 캐나다 캘거리에서는 세계오순절대회가 열린다. 나는 8월 30일 주강사로 말씀을 전한다.”
-최근 목사님은 대형교회 지도자는 마무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남은 임기 10년 동안 5년은 교회를 완전히 새롭게, 그다음 5년은 흔적을 지운 뒤 조용히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유가 궁금하다.
“지난해 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브라질 아마존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다 별세한 허운석 선교사의 책 ‘내가 왕 바리새인입니다’(두란노)를 읽었다. 선교사로 칭찬을 받은 것이 자신이 열심히 해서 생긴 영광이라 생각했다가 나중에 이를 반성했다는 내용이었다. 책을 읽으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나를 돌아보게 됐다. 세계 최대 교회 담임목사라는 타이틀 자체가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바리새인 같았다. 바리새인은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던 사람들은 바로 하나님을 가장 잘 섬겼던 사람들이었다. 예수께서 활동하셨던 성지를 돌아보면서 내 삶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자문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내 위치? 내 능력?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영광이 1순위였는데 언제나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교인들에게 삶의 첫 번째 순서를 올바로 알려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향후 5년간 교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바로 ‘하나님 우선주의’다. 한국교회를 보면 하나님 왕국이 아니라 인간의 왕국을 세우려 했기에 사회로부터 질타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우선순위가 변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인간의 왕국이 아니라 하나님 왕국을 세우고 예수만 높여야 한다.”
-하나님 우선 사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회에 적용되는가.
“앞으로 5년간 교회 리더십들을 교육해 자자손손 예수님과 하나님만 우선하는 삶을 살고 건강한 교회로 쓰임 받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적 필요와 소유를 구하는 신앙보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신앙(마 6:33)을 훈련해 ‘작은 예수 되기 운동’ ‘제자 되기 운동’을 강조할 것이다. 예수님은 무명이었던 사람들을 제자로 만들어 세계를 변화시키는 사명자로 훈련시켰다. 우리 교회의 사명은 이것이다. 성령 안에서 성도들이 변화돼 작은 예수로 살면 교회엔 미래가 있는 것이며 한국과 세계에 큰 충격을 주게 될 것이다. 조용기 원로목사님의 50년 사역이 성령의 은사가 나타난 사역이라면, 후임자로서 성령의 열매가 많이 맺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위해 앞으로 5년간 모든 힘을 쏟아부을 것이다. 타협하지 않겠다. 그다음부터는 내 흔적을 지우며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마가복음 8장 34절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자기를 부인하지 않는다. 자기를 부인해야 하나가 되고 주님의 선한 일을 할 수 있다. 고난의 자리 대신 영광의 자리만 차지하려니 문제인 것이다.”
-40년 목회 여정을 걸어오셨다. 목회가 무엇이라 보는가.
“돌아가신 모친께서는 생전에 매주 토요일이면 전화를 주셨다. 그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회는 하나님의 일이다. 너는 겸손해라. 기도하고 주님께 맡겨라.’ 그렇다. 목회는 하나님의 일이다. 목회자는 그저 심부름하는 사람이다. 하나님의 일이란 성도로 부르신 사람들을 하나님의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다. 예수님의 제자로 만드는 일이 목회다.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 그들이 구원받게 하고 예수 닮은 사람으로 바꿔놓는 게 목회다. 이는 평생 사역이다.”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당부의 말씀을 준다면.
“한국교회는 통일시대를 열어가면서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 하나가 돼 역량을 확대해 통일시대 주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1000만 기독교인이 하나가 되면 못 할 일이 없다. 하나 돼 한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 속에 들어가 섬기자.”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