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나들이 다 취소” 미세먼지에 빼앗긴 주말

입력 2019-01-14 04:01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치솟은 13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바라본 뿌연 서울 도심 스카이라인. 서울에서는 이날 낮 12시 초미세먼지(PM 2.5) 농도가 87㎍/㎥로 가장 높았다. 충북은 오후 1시 기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1㎍/㎥로 전국 최고였다. 김지훈 기자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구청 관계자가 마스크를 쓴 채 물로 인도를 청소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 송파구에 사는 유영주(40)씨는 최근 기침이 멈추지 않아 괴롭다. 의사는 폐에 초미세먼지 입자가 박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씨는 축농증에 천식 초기증상까지 있어 미세먼지가 심할 때 남들보다 고통이 더 크다. 유씨는 “전쟁이라도 난 것 같다”며 “이민 가서 살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회사원 이해인(30)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번 주말을 망쳤다. 여고 동창 5명과 오랜만에 서울 강남역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취소했다. 임신한 친구가 미세먼지를 들이마실까봐 도저히 약속을 강행할 수 없었다. 이씨는 “직장인들은 그나마 시간 나는 때가 주말뿐인데 요즘엔 미세먼지 때문에 친구들 만나기도 꺼려진다”고 속상해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람이 멈춰서 쌓인 국내 발생 미세먼지에 더해 외부에서 유입된 것까지 더해지면서다. 주중 한파가 미세먼지를 잠시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에는 더 짙어질 수 있다.

환경부는 전국 대부분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13일 서울·인천과 경기(연천·가평·양평 제외) 등 수도권 지역에 올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실시했다. 화력발전 출력량을 80%로 제한하는 한편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106개 대기배출 사업장이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14일에는 전날 조치에 추가로 서울시내 전 지역에서 노후 경유차 운행이 제한된다. 대상은 2005년 12월 31일 이전 수도권에 등록된 총 중량 2.5t 이상 경유 차량으로 1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행할 수 없다. 또 서울과 경기도 인천지역 공공기관 주차장이 전면 폐쇄되고 관용차는 운행이 중단된다. 시민 차량2부제는 자율적으로 시행된다.

기상정보 업체 케이웨더는 14일 전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단계에 이르고, 15일에도 ‘나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부 산하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역시 14일, 15일 미세먼지 농도가 대부분 지역에서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세먼지 농도 증가의 주요인은 간단히 말해 ‘바람이 없어서’다. 바람이 불지 않아 지난 9~10일 국내에 계속 쌓인 미세먼지에 서풍·북서풍을 타고 들어온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더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센터 관계자는 “겨울철 난방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량이 늘면서 미세먼지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한 건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찬 공기다. 센터는 찬 공기가 15일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오염물질들이 밀려내려갈 가능성이 있지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남은 겨울 내내 한반도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 관계자는 “통계를 살펴봤을 때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이 1년 중 가장 심한 달이 1월부터 3월 사이”라며 “특히 2월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겨울에는 일반적으로 ‘대류권’이라고 불리는 가장 아래 공기층이 낮은 온도 때문에 움츠러들면서 미세먼지가 더 짙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조효석 김유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