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 조기 등판 승부수 던진 황교안 前 총리… ‘탄핵 책임론’ 뚫고 안착할까

입력 2019-01-14 04:02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2017년 5월 4일 마지막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러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 들어서는 모습.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한 황 전 총리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여의도 정치’ 조기 등판을 결정했다. 보수진영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황 전 총리의 자유한국당 입당 선언에 다음 달 27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 구도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정당 울타리 안 정치 경험이 없는 황 전 총리로서는 현실 정치에 안착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당 바깥에서 제기하는 ‘탄핵 책임론’에 어떻게 응수할지도 관건이다. 이미 그를 향한 견제구가 날아들고 있다.

한국당은 15일 오전 10시 황 전 총리 입당식을 연다고 13일 밝혔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한국당에 입당하겠다고 하니 많은 분들께서 ‘왜 지금’이냐고 물었다”며 “이렇게 나라가 크게 흔들리고 국민이 힘들어하는데, 황교안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통합을 위해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 한국당 변화·혁신에 힘을 보태겠다”고 적었다.

황 전 총리는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한 러브콜에도 움직이지 않던 그가 전격 승부수를 던진 것은 한국당 지도부 교체기인 지금이 정치무대 데뷔 적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판이 깔린 뒤에 ‘꽃가마’를 타고 입성하길 기다리기보다 당 전면에 서서 내년 총선 준비를 주도하고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 보수 리더로서의 입지 확보에 이롭다고 봤을 수 있다. 일찍 링에 올라 정치적 맷집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주변의 조언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 전 총리 스스로 “처음 걷게 되는 정치인의 길이라 걱정도 된다”고 페이스북에 남겼듯 그에게는 생소한 영역인 여의도 정치에 연착륙하는 문제가 당면과제다. 박근혜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이력은 벌써 외부의 타깃이 된 양상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탄핵 책임론’ 프레임으로 공세를 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황 전 총리는 국정농단 사태에 반성부터 하라”고 말했고,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 등의 비판 논평을 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보수층을 향해 박근혜정부의 공(功)을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출간한 책 ‘황교안의 답’에서도 “박근혜정부는 개혁지향 정부였다. 민생지향과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둬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일부 당권 주자들은 ‘총선관리용 당대표론’을 내세워 견제에 나섰다. 심재철 의원은 “대선 주자가 당대표가 되면 대표 인기에 따라 당이 부침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도 “대선 주자에게 당대표를 맡기면 당이 사당화(私黨化)되고 다시 분열 위기가 생길 수 있다”며 “총선 승리로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호일 이형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