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목함지뢰에 양쪽 다리 잃었지만 패럴림픽 金 목표”

입력 2019-01-13 21:21
2015년 8월 임무수행 중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가 그해 10월 의족을 맞추고 재활치료를 받는 모습. 하 중사는 오는 31일 전역해 조정선수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페이스북 캡처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중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24) 중사가 오는 31일 전역해 조정선수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하 중사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24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패럴림픽 때 금메달을 따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전역하기로 결심했다”며 “군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안정적일 수는 있지만 그런 것만 따지다보면 꿈을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 중사는 2014년 3월 입대해 육군 1사단 수색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수색로 통문 인근에 매설된 목함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었다. 20차례 넘는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성공, 군에 복귀했다. 2016년 12월 중사로 진급했으며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행정 업무를 맡아 왔다.

하 중사는 처음에 재활 목적으로 노를 젓는 방식의 로잉머신 운동을 하다 메달리스트의 꿈을 꾸게 됐다. 조정을 본격적으로 배운 지 4개월 만에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6월 충북 충주 국제장애인조정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지난해 10월 전북 군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양쪽 다리에 의족을 한 채 생활하는 게 불편하지만 편한 것만 생각해선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 중사는 “어릴 적부터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야구선수가 되는 게 중·고교 시절 꿈이었다”며 “조정대회에서 상도 타고 하니까 흥미가 생겼는데, 자만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세계의 벽이 높은 걸 잘 안다”며 “2020년 도쿄올림픽 때는 우선 출전권을 따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는 장애인 조정 국가대표 상비군에 소속돼 있다.

하 중사의 최대 장점은 긍정적인 마인드다. 하 중사는 목함지뢰 사건 당시에 대해 묻자 “만약 제가 지뢰를 안 밟았다면 뒤따르던 병사가 밟았을 것 아니냐. 차라리 내가 밟은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하 중사는 “반바지를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신기해서 쳐다보는데 굳이 숨어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