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사고가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7년 12월 3일 급유선이 낚싯배를 들이받아 1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던 인천 영흥도 참사와 사고 원인과 양상이 퍽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흥도 참사 후 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여전히 바다 위에서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상태임이 확인된 셈이다.
통영해양경찰서는 사고 발생 사흘째인 13일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된 이번 사고 원인과 관련, 여수 선적 9.77t 낚시어선 무적호와 파나마 선적 3000t급 가스 운반선 코에타호에 대해 ‘쌍방 과실’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가스운반선 당직사관이었던 필리핀인 A씨(44) 등 관계자들을 해사안전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무적호 선장 최모(57)씨도 같은 혐의지만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해경은 이날 함정과 어선 42척과 항공기 5대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앞서 무적호는 지난 11일 오전 4시28분쯤 욕지도 남방 약 80㎞ 공해상에서 코에타호와 충돌한 뒤 전복돼 승선원 14명 중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해경이 파악한 사고 당시 상황에 따르면 코에타호는 충돌 직전 3마일(약 4.8㎞) 떨어진 거리에서 무적호를 인지했다. 당직사관 A씨는 두 선박이 가까워지자 뒤늦게 항로 변경을 지시했다. A씨는 해경 조사에서 “어선이 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무적호 역시 충돌 전 속도를 늦췄지만, 항로를 바꾸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두 선박이 충돌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 영흥도 사고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승선원 일부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무적호 선내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가 숨진 3명과 구조자 중 1명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해경은 무적호에 장착된 위치발신장치(V-PASS)와 선박 자동식별장치(AIS)가 작동하지 않았던 경위도 수사 중이다.
어선 화재도 잇따랐다. 이날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조업중이던 어선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전날 포항 앞바다에서는 조업 중인 어선에 불이 나 선원 6명 중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통영·포항=윤봉학 안창한 기자 bhyoon@kmib.co.kr
“충돌 위험에도 항로 안 바꿔” 통영 낚싯배 사고도 人災 정황
입력 2019-01-13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