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올해 화두를 ‘평화·경제 그리고 새로운 100년’으로 정했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밝힌 신년 정국 구상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과 전반적으로 맥을 같이했다. 야당은 이를 두고 “이 대표 신년사는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 현실도피 신년사’의 알맹이 없는 복사판”이라고 혹평했다.
이 대표가 강조한 키워드는 ‘경제’였다. 경제라는 단어를 21차례나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 한 해 문재인·민주당 정부는 국민의 삶과 관련된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었지만 이러한 변화가 국민이 느끼는 삶의 안정, 민생 경제의 활력까지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입법활동 계획으로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제정과 유치원 3법 관철, 빅데이터 경제 3법·공정거래법 개정, 검 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수사처법·국가정보원법 개정 마무리를 들었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는 “마지막 단계에 왔는데 이달 말까지는 협상이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잇단 폭로로 정국을 뒤흔든 김태우 검찰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선 “조직에 잘 적응을 못한 사람들”이라며 “(자유한국당이) 특별검사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더 수렁에 빠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도 총리, 장관을 해봤지만 3~4년짜리 사무관이 보는 시야와 고위 공무원의 시야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자기 관점과 다르다고 잘못됐다고 규정하는 것은 꼭 좋은 태도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개각에 관해선 “(정치인 출신 장관들) 대부분이 출마할 생각을 가진 것 같다”며 “한꺼번에 다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고 들어간 시기에 따라 순서가 정해질 텐데,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가 이달 말까지 선거제 개혁을 추진키로 한 것과 관련해선 “민주당의 기본 입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권역별로 실시하자는 것이고, 의원정수는 가능한 한 (현행) 300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4월 중 총선 관련 룰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이 대표의 회견 내용을 일제히 깎아내렸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민생 실태를 도외시한 ‘나 혼자 간다’는 일방통행식 신년사”라며 “청와대의 국회 거수기임을 자인한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문 대통령의 ‘셀프 용비어천가’를 따라했다”고 꼬집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도 신년 회견에서 정치 개혁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더니 이 대표도 정치 개혁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며 “야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를 애써 피하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이해찬 “총리·장관 해봤지만… 김태우·신재민 조직 부적응자”
입력 2019-01-13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