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일관’ 양승태 주중 재소환… 檢 “물증·진술로 위법 입증”

입력 2019-01-14 04:01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14시간30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주말 휴식을 취하며 변호인단과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그는 주중으로 예상되는 2차 조사에서도 1차 조사 때와 같이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13일 2차 소환조사 여부를 검찰과 조율했지만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주중으로 조사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11일 장시간 조사를 받아 휴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1차 조사 이튿날 검찰 청사를 다시 찾아 자신의 진술이 담긴 신문 조서를 검토한 점도 조사를 미룬 이유 중 하나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12일 출석해 1차 조사 내용을 열람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말 동안 검찰의 2차 조사에 앞서 변론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조사에서 방어 논리를 탄탄히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당초 검찰은 청사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해 일요일인 13일 양 전 대법원장을 비공개 소환조사할 방침이었다. 주말 조사 결과에 따라 주중 추가 소환 필요성을 검토한 뒤 이르면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았다. 검찰의 예상과 달리 조사 일정이 다소 미뤄져 수사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검찰 측은 “예상했던 범위 내에 있다”고 언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차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거나 “하급자가 한 일을 알지 못 한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상호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를 대법원장 사무실에서 만나 ‘강제징용 소송’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에도 ‘만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향후 조사에서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모르쇠 전략’에 여러 물증 및 진술 증거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7개월에 가까운 수사 기간 100명이 넘는 전·현직 판사를 조사하며 그의 지시 정황이 담긴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특히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2016년 9월 말 외교부 측에 징용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계획을 알린 것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지시가 공무상 비밀누설 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의 업무수첩, 김앤장에서 작성한 ‘양승태 독대 문건’도 범죄 혐의를 입증할 주요 물증으로 거론된다.

검찰은 2차 조사에서 헌법재판소를 견제해 대법원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각종 위법을 지시한 정황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헌재 기밀 유출 및 옛 통합진보당 지방·국회의원 지위 확인 관련 소송 개입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빼돌려 수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도 범죄 혐의를 인정한 적은 없지만 구속됐다”며 “탄탄한 증거 수집 여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