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사진)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믿어 달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사법부의 폐쇄성을 질타한 뒤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대한 법원 기조도 다소 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 처장의 시각은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한 안철상 전임 처장과 정반대에 가깝다.
조 처장은 취임식에서 “‘사법부가 공정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믿어 달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사법부는 더 개방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처장은 또 “과거의 잘못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원칙에서 벗어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를 시정하고 단죄하는 일도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조 처장이 언급한 ‘과거의 잘못들’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으로 드러난 각종 위법 행위를 지목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재판거래는 없었다”고 국회 등에 출석해 언급해 왔던 안 전 처장의 태도와 확연히 다른 것이다. 안 전 처장은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명의는 환부를 정확하게 단기간 내에 수술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대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태도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안 전 처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장으로 임명돼 지난해 5월 “범죄 혐의가 인정 안 돼 형사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에게 ‘면죄부’를 준 바 있다.
조 처장이 다른 인식을 보여주면서 일선 법원의 압박감은 커질 전망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박병대·고영한 전 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태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두 전직 처장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인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달 말과 다음달 초 법관 인사를 단행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어쨌거나 대법원장과 행정처는 인사권을 쥐고 있다”며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될 경우 받을 비판은 온전히 ‘김명수 코트’의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안철상 “재판 거래 없었다”→ 조재연 “고인 물은 썩는다”
입력 2019-01-1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