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환자에게 간을 떼 주기 위한 복강경(첨단 내시경) 수술이 곧 시작될 어느 수술실. 각종 수술 장비와 모니터가 천장에 달려있어 바닥에는 전선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벽에 설치된 터치 패널에서 사전에 환자 정보와 집도의 이름, 수술 종류 등이 입력돼 있는 아이콘을 의료진이 누르자 조명과 의료기기의 설정이 이에 맞게 자동으로 바뀐다.
수술 중 배를 여는 개복 수술로 전환해야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자 의료진은 곧바로 패널에서 ‘개복 모드’를 터치한다. 낮은 조도의 불빛이 순간 환한 조명으로 바뀐다. 필요없는 장비는 자동으로 꺼지고 새롭게 필요한 장비가 켜진다. 과거에는 스태프들이 장비 앞을 정신없이 오가며 일일이 바꿔야 했지만, 이 수술실의 경우 한 자리에서 터치 패널만으로 대부분의 상황을 컨트롤한다.
먼 미래의 수술실이 아니다. 현재 독일의 5대요양기관으로 꼽히는 디아코니병원의 실제 수술 준비 모습이다. 이 병원은 일본기업 올림푸스가 개발한 스마트 수술실 시스템인 ‘엔도알파’를 도입해 환자 수술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음달 서울 마곡동에 문을 여는 이대서울병원에서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화의료원 관계자는 14일 “복강경 수술이 많은 일반 외과와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처음엔 12개 수술실 중 1개를 스마트 수술실로 운영하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도알파는 안전한 수술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안된 수술실 통합시스템이다. 의료기기 및 장비 사용, 영상 송출 등 일련의 작업을 네트워크 상에서 하나로 통합해 터치 패널 하나로 제어하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환자 의료기록 등 수술에 필요한 정보를 별도 모니터가 아닌 수술 모니터에서 곧바로 불러내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의료진의 이동 동선과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스마트 수술실을 도입한 일본의 한 대학병원의 경우 수술 사례 2500건을 조사한 결과 연간 8일 이상의 수술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 수술실은 의료진에게 편안하고 환자에게는 보다 안전한 수술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도 360도 가상현실(VR) 수술 등이 가능한 첨단 수술실(SMART OR)을 현재 구축 중이며 오는 3월쯤 실제 수술에 활용할 방침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국내서도 ‘스마트 수술실’ 선보인다
입력 2019-01-14 19:40 수정 2019-01-15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