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이통사도 “차가 미래다”… 제2의 집이 될 자율주행차

입력 2019-01-13 19:53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삼성전자 부스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디지털 콕핏(조종석)’을 체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하현회(앞줄 왼쪽)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같은 날 현대자동차 부스를 방문해 둥근 고치 모양의 미래 이동 수단을 타보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네이버의 자율주행차용 3D 지도 구축 시스템 ‘R1’이 그린 3D 지도. 네이버 제공
국내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포화상태에 가까워진 ICT 산업의 활로로 평가된다. 업계는 통신·반도체·내비게이션 등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핵심 부품들을 뽐내며 완성차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일평 사장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9’ 개막 하루 전인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기조연설에서 “자율주행 시대 자동차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활공간”이라고 규정했다. 자동차 안에서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게 일상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집이 수많은 ICT 기기의 각축장이 됐듯이 자동차도 그렇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ICT 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이동통신사들은 자율주행차를 보조할 무선통신과 이를 응용한 서비스를 내놓는 데 주력한다. 통신은 자율주행차와 관제 시설을 이어 주행을 보조하거나 차 안에서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의 합성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SK텔레콤은 대규모 투자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5G 차량통신기술(V2X)과 고정밀지도(HD맵) 업데이트, 차량 종합 관리 서비스(FMS)가 대표 기술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CES 2019 기자간담회에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이려면 결국 5G 네트워크와 차량이 연결돼야 한다”며 “여러 (돌발) 상황을 네트워크로 연결·감지해 분석하는 기술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전문 업체와의 협력도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기업 하만과 미국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 방송그룹과 손잡고 미국 차량용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 최고 자율주행 전문가로 손꼽히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서승우 교수가 창립한 ‘토르드라이브’와 ‘죽스’ ‘디에이테크놀로지’ 등 국내외 모빌리티 기업과 손잡는다. SK텔레콤과 디에이테크놀로지는 공동으로 국내 서비스 개발운영을, 죽스는 이에 필요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고도화를 추진한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CES 2019에서 자율주행차 사업 모델 찾기에 집중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혼다·닛산 등 완성차 업체 전시장을 방문해 5G 기반 실감형 미디어 등 적용 가능한 사업모델을 구상했다. 하 부회장은 “자동차가 생활의 한 축이 되는 미래에는 통신 반응속도가 빠른 5G 통신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비게이션과 음원, 검색 서비스 등을 결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도 이통사들의 관심 분야다. SK텔레콤은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티맵과 자체 음원 서비스 ‘플로’를 앞세워 인포테인먼트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현재 스마트폰에 치중된 티맵이 자율주행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바꾸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자동차 전자장치(전장)를 앞세웠다. 2016년 미국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디지털 콕핏(조종석)’을 부스에서 공개했다. AI가 음성 명령에 따라 차량 대시보드와 뒷좌석에 있는 6개의 스크린을 제어한다. LG전자도 지난해 인수한 자동차 램프 제조 업체 ZKW와 협업을 통해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중앙 디스플레이장치 등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ADAS)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자동차 부품 박람회 2018’에서 자동차용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공개했다. 그동안 모바일에 사용했던 엑시노스와 아이소셀 브랜드를 자동차로 확대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도로·주변 환경의 시인성과 물체 식별력을 향상한 게 특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업계도 인포테인먼트 부문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콘텐츠 경쟁력, 내비게이션과 차량 호출·공유 기술력 등이 주무기로 꼽힌다. 포털과 메신저 등에서 성장 정체에 직면하자 서비스 확장 가능성이 큰 모빌리티 분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네이버는 ‘CES 2019’에서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네이버랩스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용 HD 지도 구축 시스템 ‘R1’과 HD 지도 제작 솔루션 ‘하이브리드 HD 지도’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카메라 하나만으로도 전방 주의와 차선이탈 경고 알림을 보내는 운전자 보조장치를 공개했다. 또한 이같은 기술들이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 플랫폼 ‘xDM’을 구축한다. HD 지도와 측위·내비게이션 기술, 데이터를 통합하고 국내외 기업들과 다양한 제휴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네이버 자율주행차 기술은 국내 최고 수준인 4단계(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 기술이 운전대가 필요 없는 수준인 5단계까지 개발돼야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카카오는 내비게이션과 AI 기술력에 기반한 인포테인먼트를 육성하고 있다. 카카오내비와 카카오택시에서 수집한 교통 빅데이터가 가장 큰 경쟁력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전 세계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15년 300억달러(약 33조5800억원)에서 2030년 최대 1조5000억달러(약 1679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