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첫 ‘당협위원장 오디션’… 30대 초반 신인 선발 이변

입력 2019-01-11 04:00
자유한국당의 당협위원장 선발 공개 오디션이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당 사상 처음 실시된 오디션이다. 지원자들은 생중계되는 무대에서 현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즉석에서 평가를 받았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이 10일 실시한 당협위원장 첫 공개 오디션에서 30대 초반 정치 신인이 서울 강남 지역의 선거구 책임자인 당협위원장으로 선발됐다. 오디션 대상자 중 국회의원 최다선(3선) 기록을 가진 권영세(60) 전 의원이 서울 용산구 당협위원장 경선에서 여군 출신 황춘자 전 당협위원장에게 패하는 등 신인 돌풍이 거셌다. 정당 사상 처음 실시된 오디션은 비록 대중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지는 못했지만 보수 정당 내 투명한 세대교체와 인적 쇄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 당사 2층 시민정치원에서 낮 12시부터 시작된 ‘국민 속에서 한국당의 길을 찾다’는 이름의 당협위원장 선발 오디션에서는 정원석(31) 청사진(보수 성향 청년 정치포럼) 대표와 김성용(33) 전 중앙미래세대위원장 등 30대 정치 신인들이 서울 강남을과 송파병 당협위원장으로 각각 선발됐다. 이들 모두 당협위원장 공모 이력이 처음인 정치 신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젊은 지역책들이 파격적으로 기용된 만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이 지역구들에 대한 한국당의 공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지역의 여러 현안도 챙겨야 하는 당협위원장에 경험이 부족한 신인을 기용한 것이 총선을 앞두고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오디션은 원외 인사들 간 대결이라 ‘마이너리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초반부터 ‘젊은 신인들의 약진’이 이어졌다. 첫 경선인 강남을 경선에서 정 대표는 이지현(43) 전 바른정책연구소 부소장과 이수원(56) 전 국무총리실 정무운영비서관을 제치고 당협위원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두 번째 경선인 서울 송파을 경선에서도 40대 김범수(46) 전 여의도연구원 이사를 제치고 30대 김 전 위원장이 당협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경기 안양 만안과 부산 사하갑에서도 50, 60대를 제치고 40대 지원자들이 당협위원장으로 뽑혔다.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조강특위 위원들은 지원자들을 향해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는 무엇인가’ ‘북한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경제협력 등이 추진되는 것이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공연을 한 뒤 즉석에서 평가를 받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이날 오디션도 지원자들의 열띤 토론이 끝나면 곧바로 배심원단(40%)과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들의 심사 결과(60%)를 종합해 당락을 결정했다. 배심원단으로 참석한 이규성(41)씨는 “과거에 비해 당협위원장 선출 과정이 공정하고 깨끗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디션은 당 공식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유튜브 생중계는 오후 한때 동시 시청자가 1800명까지 치솟았지만 전체 구독자수 4만2000명의 2~4% 수준에 그쳐 당초 기대만큼 흥행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당은 12일까지 남은 10개 선거구의 당협위원장 선발 오디션을 계속 진행한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