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청 광장에 설치된 25m 높이의 망루. 동료 노동자들은 이곳을 ‘하늘 감옥’이라고 불렀다. 3.3㎡쯤 되는 공간에 스스로 올라가 494일째 농성 중인 김재주(57·사진) 민주노총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은 찬바람이 세찼던 10일에도 홀로 사투를 이어갔다.
“춥고 외롭고 힘듭니다. 하지만 모든 택시 노동자가 일한 가치를 제대로 받는 날까지 이곳에 있겠습니다.”
김 지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단호한 목소리로 “이번에는 반드시 권리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이 망루에 오른 것은 2017년 9월 4일. 그는 ‘전액관리제’ 시행을 차일피일 미루는 행정에 반발해 동료들과 조명탑 위에 망루를 짓고 혼자 올라갔다.
전주시가 월급제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임금표준안을 만들고 전액관리제를 약속했지만 시행이 계속 미뤄졌다.
“이렇게 길게 이어지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행정기관에서 강력한 의지만 가지면 해결될 것인데….”
김 지회장은 비좁은 공간에서 두 번째 겨울을 견디고 있다. 작은 히터와 전기장판, 침낭 등으로 강추위와 싸우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40도를 넘는 찜통더위를 이겨내야 했다. 식사는 동료들이 올려주는 반찬과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는 “아흔이 넘은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 지회장의 망루 농성은 오는 16일로 500일째를 맞는다. 고공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보다 69일이 긴 국내 최장 기록이다. 김 지회장은 “이곳에 얼마나 있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결과가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파인텍 동지들도 제대로 교섭이 이뤄지고, 우리도 잘 해결돼 모두 빨리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25m 망루서 ‘494일째 하늘 감옥’… 고공 농성 택시노동자
입력 2019-01-10 19:15 수정 2019-01-11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