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해결을 위해 의회 지도부와 회동했지만 결국 30분 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민주당 지도부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승인할 수 없다고 버티자 트럼프 대통령이 화를 못 참고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 회동에 대해 “완전한 시간 낭비였다”며 “연방정부 문을 열면 장벽이 포함된 국경보안에 찬성할 것인지 물었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노(no)’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바이-바이(bye-bye)’라고 말했다”고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적었다. 이어 그는 “아무 소용도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또다시 분노 발작(temper tantrum)을 일으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경장벽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하자 대통령은 테이블을 세게 치며 ‘더 이상 논의할 게 없다’고 한 뒤 나가버렸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밖이 추운 것처럼 백악관 안도 따뜻하지 않았다”며 “입장 차만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대통령은 회의 초반 참석자들에게 사탕을 나눠줬다”며 “그가 목소리를 높이거나 책상을 쳤다는 기억이 없다”고 반박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슈머 원내대표가 계속 목소리를 높였고, 대통령은 침착하게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국경장벽 설치를 강행하기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직전 “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는 확실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민주당과 합의하지 못한다면 그 길로 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국경장벽을 ‘중세시대에 있을 법한 해결책’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선 “그건 당시에도 효과가 있었고, 지금은 훨씬 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 가능성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변호인단은 국가비상사태 선언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셧다운은 역대 최장 기록 경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가장 오랫동안 셧다운 사태에 처했다. 당시 1995년 12월 16일부터 21일간 연방정부의 문이 닫혔다. 만약 이번 셧다운이 12일까지 지속되면 이 기록을 깨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협상이 주말 전에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셧다운 장기화로 피해를 입는 국민이 급증하자 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재무부·증권거래위원회(SEC)·국세청·연방통신위원회(FCC)에 대한 자금조달 법안을 9일 가결시켰다. 공화당 하원의원 8명도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대다수의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가 있어야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공화당이 과반인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확률은 낮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도 성명을 내고 “국경 위기 해결을 위한 광범위한 합의 없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셧다운 회동’ 30분 만에 자리 박찬 트럼프 “이젠 바이바이”
입력 2019-01-10 19:35 수정 2019-01-10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