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할매시인들’ 3번째 시화집 냈다

입력 2019-01-10 20:03
경북 칠곡군의 할매시인들이 10일 북삼읍 숭오2리 마을회관에서 자신들의 글이 실린 시화집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칠곡군 제공

“쓸 때는 힘들었는데 쓰고 나니 기분이 좋아요. 에너지도 생기는 것 같아요.”

경북 칠곡군에서 운영하는 성인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운 할매(할머니)들이 쓴 시를 모은 세 번째 시화집이 발간됐다. 칠곡군은 할매시인들의 시와 그림을 담은 시화집 ‘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가 최근 출간됐다고 10일 밝혔다. 시화집 제목은 약목면 교리 향교한글학교에서 공부하는 권영화 할매시인의 ‘옆자리 친구’에서 따왔다.

‘양파’라는 제목의 작품이 책에 실린 이명순(83) 할매시인은 “양파 많이 먹고 고질병인 당뇨가 치료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시를 썼다”며 “시집에 작품이 실린 사실을 자식들에게 자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칠곡군은 2006년부터 마을학당을 열고 성인 문해교육을 시작했다. 현재 27개 마을학당에서 평균 연령 78세의 할매시인 40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마을학당에서 할매시인들은 가슴속 깊이 꼬깃꼬깃 숨겨 뒀던 지나온 삶의 이야기를 꺼내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갔다. 이렇게 탄생한 주옥같은 글이 무려 1500여편에 달한다.

할매들의 시가 2015년 할매시화집 1권 ‘시가 뭐고?’로 출간되자 출판계에서 ‘경상도 친구 하나는 있어야 이해하는 재미난 시집’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2016년에는 할매시화집 2권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가 출간됐다.

삽화는 전문가들이 따로 그렸지만 글은 교정하지 않고 할매들이 맞춤법을 지키지 않고 맘대로 쓴 그대로 둬 더욱 정겹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문해교육을 앞으로 다양한 계층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문 문해교육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