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민폐男’ 베네수엘라 대통령… 각국 왕따에 측근들도 “물러나라”

입력 2019-01-10 19:36
사진=AP뉴시스

극심한 경제위기에 빠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사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래는 지극히 어둡다. 경제는 최악인 데다 야권은 계속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일부 측근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국민들에게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대신 미국과 중남미 국가 전체가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9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헌법에 기반을 둔 베네수엘라 정부의 전복을 위해 미국과 리마 카르텔(캐나다와 중남미 국가 13개국의 연합체 ‘리마그룹’)의 국제적 쿠데타 음모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2013년 사망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후임으로 대통령에 오른 마두로는 지난해 5월 주요 야당 인사의 참여를 원천 봉쇄한 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68%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다. 부정선거 논란 속에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 중남미 국가 대부분은 마두로의 재선을 인정하지 않고 경제제재를 가했다.

차베스에 이어 마두로의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가뜩이나 경제위기에 처했던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00만%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는 등 국가 경제가 파탄 났다. 마두로 집권 후 200만명이 넘는 국민이 나은 생활을 찾아 조국을 등졌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석유 이권을 노린 미국이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우파 정권과 함께 자신을 암살하고 자국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 정부를 불법으로 규정한 리마그룹 성명에 동참한 중남미 국가들에 적극적인 외교 조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를 제외한 리마그룹 13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일 베네수엘라 대선이 불공정했던 만큼 마두로 대통령의 재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페루 정부는 7일 마두로 대통령과 정권의 고위인사에 대한 입국 금지, 금융거래를 제한했다.

국제적 왕따 신세에 경제난이 한층 심각해지자 마두로 측근들 사이에서도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 전했다. WP는 익명의 미국 정보요원을 인용해 마두로 정권을 보위하는 국방장관인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가 자신의 사임과 함께 대통령 퇴진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엔 국회의장인 후안 과이도가 의장 선서식에서 “마두로는 불법 대통령”이라고 공개선언했다.

WP는 마두로 정권이 그동안 반대파 군인들을 제거해 왔던 만큼 군사적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난한 노점상의 분신을 기점으로 아랍 전역에 민주화 시위가 확산된 ‘아랍의 봄’처럼 베네수엘라에서도 봉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