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무대에서 필요한 것은 밀집 수비 파훼법이다. 전력이 강한 한국을 상대로 약팀들은 수비수를 늘리고 미드필더를 내려 앉히며 뒷문을 잠그곤 했다. 12일 새벽 1시(한국시간)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만나는 키르기스스탄도 수비 중심 전술을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키르기스스탄의 밀집 수비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좌우 풀백의 역할이 중요하다.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부임 후 줄곧 측면 수비수들에게 공격적인 움직임을 주문해왔다. 대표팀의 기본 포메이션인 4-2-3-1에서 양쪽 풀백은 측면 공격의 시발점이자 빌드업의 핵심이다. 벤투 감독은 종종 풀백들에게 “높은 위치에서 공을 진전시켜라”라고 지시했다.
수비적으로 나올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서도 풀백은 상대의 촘촘한 수비 라인을 좌우에서 흔들며 무너뜨리는 것이 주 임무다. 활발한 오버래핑을 통해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고,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득점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10일 “풀백은 측면에서 활발하게 뛰며 상대 수비 시선을 분산시켜야 한다. 측면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면 중앙에서 동료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공격을 주도하는 가운데 상대의 갑작스러운 역습을 차단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다만 지난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좌우 풀백으로 나선 김진수와 이용이 보여준 경기력이 완벽하지 않았던 점은 우려스럽다. 왼쪽 측면을 맡은 김진수는 부상 후 10개월 만에 복귀한 A매치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크로스는 종종 빗나갔고,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돌파를 허용하는 모습도 나왔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1차전에서 김진수는 실책이 많고 패스가 부정확했다”고 지적했다.
오른쪽 풀백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는 이용도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지난 시즌 K리그 도움 3위(9개) 다운 정확한 크로스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한 해설위원은 “이용의 플레이 패턴은 단조롭다”며 “너무 거친 수비로 인해 퇴장당할 확률이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용과 김진수는 1차전에서 함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상대와 자주 부딪혀야 할 풀백들이 첫 경기부터 옐로카드를 받은 것은 대표팀에 큰 부담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과감한 돌파와 강한 체력을 뽐냈던 김문환은 조별리그에서 이용의 대체 자원이 될 수 있다. 큰 무대 경험이 적지만 약팀을 상대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해낼 만하다. 김 해설위원은 “이용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옐로카드 관리 차원에서 키르기스스탄전에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왼쪽 풀백 자리는 고민이 많다. 김진수와 경쟁하는 홍철은 전지훈련 중 왼 발목을 다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 이어 필리핀전에도 결장했다. 키르기스스탄과의 경기에 출전한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몸 상태이긴 어렵다. 두 선수 모두 한시바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 경쟁자들을 분석하기 위해 기술연구그룹(TSG)을 현지로 파견한다. 협회 관계자는 이날 “정정용 U-20(20세 이하) 대표팀 감독과 김정수 U-17 대표팀 감독이 19일 UAE로 떠난다. 다른 국가들의 16강전과 8강전을 직접 보고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좌우를 흔들라… 키르기스스탄 빗장 풀 열쇠는 풀백
입력 2019-01-10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