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빈민촌서 24년… 아이들 밥 113만 그릇 먹여

입력 2019-01-14 00:00
이은원(오른쪽) 최정미 선교사 부부가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24년 중단없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선교 사역에 대해 설명하며 아프리카 지도 앞에서 웃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어린이들이 이은원 최정미 선교사 부부가 제공한 무료 식사를 하고 있다. 이은원 선교사 제공
어린이들이 식사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이은원 선교사 제공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시골에서만 24년을 헌신한 선교사 부부가 있다. 부부는 남아공에서도 위험한 곳으로 알려진 쿠마 지역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식사만 113만 그릇을 만들어 먹이며 복음을 전했다. 부부가 세운 유치원과 신학교를 통해 길러낸 졸업생만 2000여명. 예수전도단(YWAM) 이은원(64) 최정미(59) 선교사 부부를 지난 8일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 선교사는 지난달 15일 심장 협심증 치료를 위해 귀국했다.

젊은 시절 이 선교사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간 경화로 간이 굳어가고 있었다. 의사는 “일을 하면 2년을 살고, 쉬면 4년을 산다”고 말했다. 이왕 죽을 것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이 선교사는 하나님이 부르시는 날까지 신학을 공부하겠다는 각오로 1995년, 학비가 저렴한 남아공 포체프스트룸대로 향한다.

부부는 백인들의 만류에도 대학 인근 흑인들이 사는 빈민촌 쿠마를 찾는다.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것은 길에 버려진 8구의 시체였다. 부부는 13살 남짓한 여자아이들이 아기를 낳고 그 아기는 3개월을 못 산 채 굶어 죽는 참혹한 현장을 목격한다.

이 선교사는 원주민의 자동차를 수리하는 일을 하며 쿠마 지역사회에 녹아들었다. 원주민이 세운 교회에서 무보수 부교역자로 5년을 일한 뒤 교회를 개척했다. 최 선교사는 식당을 빌려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였다. 수프를 끓이고 옥수숫가루로 떡을 만들었다. 그렇게 먹인 그릇 수가 95년부터 2013년까지 대략 113만 그릇이다. 신발도 안 신고 식사를 위해 달려 나온 한 아이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싸 갔다. 한 어머니는 “이 음식이 우리 아이들에게 먹이는 음식의 전부”라며 감사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2000년 부부는 원주민 아이 두 명을 입양했다. 그들을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지만 영어를 가르치는 유치원은 쿠마에 없었다. 백인들이 사는 인근 마을 유치원은 학비가 비싸고 교통비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음식을 나누던 식당 옆에 3개 학급의 유치원을 세웠다. 처음 시작할 때 소식을 듣고 찾아온 아이는 130여명. 이들의 차비를 아껴주고자 이 선교사는 직접 학교 버스를 몰았다. 현지 교단인 아프리카선교교회에 속한 3년 6개월 과정의 신학교인 ‘세계선교신학교’도 2002년 세워 직접 강의 교재를 만들고 강의하면서 600명이 넘는 신학생을 배출했다.

쿠마는 1년에 두 차례씩은 종족 간 다툼이 발생하고 외국인이 무차별 살해 당했다는 소식도 들리는 곳이다. 그럴 때면 유치원 문을 닫아야 했다. 부부 선교사는 지금도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할 정도다. 그런데도 중단 없이 24년 동안 한 마을을 섬긴 이유가 있다. 하나님이 부탁한 일이라는 믿음에서다. 이 선교사는 “그저 하나님 은혜로 일했다”며 “이 길을 걷게 하셨으니 걸어갈 뿐”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