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감염병 공습] 분쟁지역 구시대 감염병에도 취약

입력 2019-01-13 22:45
방글라데시 동남부 콕스 바자르에는 30만~50만으로 추정되는 로힝야 난민들이 버려지다시피 살아왔다. 이들이 사는 '미등록 캠프'안에는 알 수 없는 질병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난민들이 많았다.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 제공

지난해 말부터 남북 보건의료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감염병 공동 대응이 최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서 감염병이 초래한 사회·경제적 치명타를 고려하면, 남북의 공동 대응은 현재보다 좀 더 속도를 낼 필요성이 있다.

지난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은 ‘감염병의 허브’라는 오명을 썼다. 과거 홍콩을 강타한 사스와 홍콩 독감이 대표적이었다. 홍콩 현지에서 어렵사리 생존자와 사망자 유족들을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다. 사스로 가족을 잃은 메이(가명·당시 12세)는 홍콩 구룡의 아모이가든 E블록에 거주하다 사스에 감염됐다. 이후 메이와 그의 부모를 비롯해 E블록에서만 10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사스 이후 홍콩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다시 한 번 ‘어퍼컷’을 맞았다. 2015년 금융사에 재직하던 데이빗 창(가명·28)은 ‘홍콩 독감’에 감염돼 목숨을 잃었다. 데이빗의 유족은 “한 집에 한 명꼴로 환자가 나왔다”며 본인도 홍콩 독감에 감염됐지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홍콩과 같은 국제도시도 감염병의 맹위에 무기력했지만, 이보다 더 열악한 곳은 따로 있다. 난민캠프와 전쟁이 발발한 분쟁지역이야말로 ‘감염병의 숙주’나 다름없다. 이 지역에서는 디프테리아나 콜레라 등의 ‘구시대’ 감염병으로도 적잖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쿠키뉴스는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의 도움으로 로힝야 난민과 예멘의 감염병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대량학살을 피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온 로힝야들이 거주하는 난민캠프에서 디프테리아 의심사례가 처음 보고된 건 2017년 11월 10일. 12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디프테리아는 급속도로 확산됐다. 방글라데시 가족건강복지부,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국경없는의사회(MSF) 등은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꾸려, 50여 곳의 디프테리아 백신투여 센터를 설치했다. 미얀마는 2016년부터 어린이들에게 10가지 무료백신을 투여하고 있고 전체 국민의 약 80~90%가 기본 혜택을 받고 있지만, 시민권이 없는 로힝야들은 이런 기본적인 국가보건정책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로힝야의 예방접종률을 ‘극단적으로 낮아’ 디프테리아 감염에 쉽게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디프테리아는 예멘에서도 발생했다. 유니세프 예멘 사무소에 따르면, 2017년 후반에서 2018년까지 예멘에서는 총 3079건의 디프테리아가 보고 됐고 이중 178명이 사망했다. 당시 네비오 자가리 WHO 예멘 대표는 “2017년 디프테리아가 발생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예멘에서는 콜라라도 맹위를 떨쳤다. 2016년 10월 첫 콜레라 환자가 보고 된 이래 2017년 4월 감염자 수가 백만 명으로 급증했고, 이중 23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니세프 예멘 사무소의 타이자 카스틸로는 “전쟁 후 급성 설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말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의료서비스나 세척 시설 등 기본 사회시설망이 심각히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이유경 국제분쟁전문기자, 방글라데시=아불 칼람·무하마드 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