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해 12월20일 진선미(사진) 여가부 장관의 새해 업무보고. 이날 진 장관은 민간기업의 여성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인센티브 적용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 유인기제’ 항목 중 여성 임원 비율을 국민연금 등 대규모 공적기금 등의 투자 기준 항목에의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부분에 비판이 일었다.
특히 공적기금 중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논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는 비판이 컸다. 이에 대해 여가부 여성인력개발과 관계자는 어느 정도 논의가 이뤄졌냐는 질문에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여가부 관계자도 “아직 이렇다 할 단계라고 말하기도 이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정리하면 진 장관이 정책 추진 방향 언급이 다소 빨랐다는 말이다. 여가부로서는 민망한 지점이다.
모든 투자 목표는 수익과 직결된다. 우리나라 기업 여성 임원 비율과 투자 수익률간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여가부가 공적기금 투자를 안이하게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여가부는 “글로벌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 사회책임투자(ESG) 등 비재무 정보를 고려한 투자 수익률이 긍정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며 “우리나라도 이미 글로벌 기업화가 상당부분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여가부의 정책 방향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의 또 다른 한 축은 국내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은 동시에 여가부의 방향성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측면이기도 하다. 여가부 관계자는 “구매 결정자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그리고 소비에서 남녀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며 “소비 및 생활 트렌드가 바뀌면서 기업은 지속가능한 수익을 위해 남녀 모두에 밀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남성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에 여성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에 긍정적이며, 공적기금 투자시 지속가능한 이익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가부 관계자는 “조직 의사 결정자를 고려한 것”이라며 “기업 발전은 다양성 확보라는데 이견이 없고, 해외의 경우 인종다양성과 성별 모두를 고려한다. 우리는 단지 성별 다양성을 조금 고려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지난 6년간 국가별 ‘유리천장 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는 상황을 타개코자 수년간 ‘전향적 대책’이 요구됐고, 이를 위해 고려된 여러 방안 중 하나가 여성 임원 비율의 공적기금 투자 기준 고려라는 것. 더욱이 여가부는 “국민연금에 국한해 투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가부 입장에서는 획기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여겨 공적기금을 언급했다가 국민연금과 맞물려 곤욕을 치룬 셈”이라고 귀띔했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여가부 정책 안팎 구설수
입력 2019-01-13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