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임상시험장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특히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럼에도 임상시험을 관리·감독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임상시험, 6년째 제자리걸음… 말로만 활성화 외치는 식약처= 임상시험은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하 IIT)과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이하 SIT)으로 나뉜다. IIT는 연구자가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자료기록, 이상반응 보고, 의약품관리 점검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SIT는 제약회사 혹은 의료기기업체 등이 이를 대신한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범석 교수는 IIT가 기업의 이익과 무관한 학술적 성격의 연구로 유사한 조건에서 사용하는 약들의 임상적 효과 등을 비교·분석할 수 있으며,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법이나 기존 약물의 허가사항 외 적용 가능한 질환을 탐색하는 등 보다 공익적 관점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2012년까지 급격히 성장해 온 임상시험분야가 각종 규제에 발목 잡혀 최근 6년간 제자리걸음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임상시험계획 승인제도(IND)가 도입된 2003년부터 임상시험 승인건수가 2017년까지 4.6배 증가했다며 순탄히 잘 운영·발전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임상시험계획의 승인 등 사전관리부터 이상약물반응보고, 안전성보고, 임상시험 실시상황보고, 임상시험 종료보고 등 사후관리도 철저히 이뤄진다고 답했다. 심지어 정기·수시 실태조사로 2중점검도 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규제당국 자칭하며 사후관리조차 ‘허술’… 국가차원 개편 ‘절실’= 반면 전문가들은 “관리체계조차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식약처는 최근 3년간 평균 650여건이 승인된 임상시험에 대한 정기 혹은 수시 실태조사는 건별이 아닌 기관별로 시행하고 있다. 그마저도 연 평균 50개소를 넘지 않았다. 게다기 의약품 부작용 보고에 대한 점검이나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사항에 대한 확인, 생명윤리법 등에서 정한 기준이나 당초 제출한 계획에 따라 임상시험이 이뤄졌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전부였다. 종료보고나 실시상황보고 관리는 연구자의 재량에 맡기는 등 허위보고나 결과조작, 결과 미제출 등의 문제를 가려내는 것도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고 규제만 늘어나 공익적 성격을 띤 IIT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2015년 6월 보건복지부가 연구자 임상시험용 약제를 제외한 외부 영리기관에 의한 경제적 지원이 일절 차단해 행정비용이나 임상 대상자 보험금 등 최소한의 제반사항을 연구자가 모두 부담하게 되며 연구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일련의 규제와 제도적 한계로 인해 광역학치료 관련 IIT와 주가조작의혹 같은 사회적 문제가 대두돼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최근 국내 임상시험의 발전에 몇몇 장애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임상시험제도의 효율화와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임상시험 지원 제자리 맴맴… 승인은 무더기 실태조사는 찔끔
입력 2019-01-13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