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문 때마다 경제현장 찾은 김정은… 이번엔 베이징 동인당 시찰

입력 2019-01-10 04:0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벤츠 풀만가드 리무진(원안)이 9일 오전 중국 경찰 오토바이 호위를 받으며 베이징 중심가 젠궈먼와이다제(建國門外大街)를 통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베이징 동남쪽 이좡 소재 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제약회사 동인당 공장을 찾았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경제현장 시찰을 빼놓지 않고 챙겼다.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을 대체하는 ‘경제건설 총력노선’ 실현을 위해 중국을 핵심 파트너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시기상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축하한다는 의미도 일정 부분 포함돼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여러 차례 약속했던 경제개발을 위해 중국식 개혁·개방의 교훈을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9일 첫 일정으로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내에 위치한 중국 전통 제약회사 동인당(同仁堂) 공장을 찾았다. 동인당은 350년 전인 1669년 청나라 강희제 때 창립된 중의약방으로, 현재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약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인당의 우황청심환은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동인당 공장 내 생산시설을 20~30분 둘러보고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동인당을 찾은 것은 자신의 관심사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제약 공장과 의료기구 공장들을 현대화하고 의료기관들의 면모를 일신해 의료봉사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전통의학을 ‘고려의학’으로 지칭하며 ‘주체적 민족의학’으로서 중시하고 있다. 북한은 의약품 생산 능력이 낙후해 주민 치료에 전통의학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조화를 강조하는 중국 보건의료 정책도 북한에 참고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이날 경제기술개발구를 찾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경제기술개발구는 중국 개혁·개방 초기인 1984년 외자 유치와 첨단기술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는 90년대 초 조성됐다. 지금은 의약, 정보통신(IT), 전자기기 등 첨단기술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벤츠, 노키아,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들도 입주해 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중국의 경제기술개발구와 유사한 경제개발구 제도를 신설했으나 대북 제재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7년 12월에는 평양 남서쪽 대동강변 지역을 ‘강남 경제개발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방문 때마다 첨단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1차 방중 때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중관춘(中關村)을 찾은 바 있다. 중국 최고의 과학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을 찾아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직접 써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랴오닝성 다롄을 찾았을 때는 수행원들에게 다롄 동항 상무구와 문화산업기업 화뤼(華錄)그룹을 참관토록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3차 방중 때는 농업과 철도 분야에 관심을 가진 듯 베이징 농업과학원과 철도·인프라 관련 기업인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를 찾았다.

김 위원장의 4차 방중은 지난해 12월 중국이 개혁·개방 40주년을 자축한 지 3주 만에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에서 개혁·개방 40주년을 축하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2차 방중 직후인 지난해 5월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친선 참관단’을 중국에 파견해 베이징, 시안, 상하이, 닝보 등 주요 도시를 둘러보도록 했다. 당시 박 부위원장은 시 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중국의 경제건설과 개혁·개방 경험을 배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태성은 이번 방중도 수행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