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정상회담 및 환영만찬, 다음 날 오찬까지 7시간가량 함께하며 장시간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중국과 북한은 지난해 6월 3차 방중 때와는 달리 전날 정상회담 및 만찬 내용을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시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공동 대응한다는 원칙 아래 향후 평화협상에 중국이 참여하는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대북 제재를 완화해줄 것을 적극 요청하고 경제 협력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9일 베이징 시내 북경반점(北京飯店·베이징호텔)에서 시 주석과 오찬을 한 뒤 베이징역에 도착해 특별열차 편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 일행이 탄 전용열차는 오후 2시8분(현지시간) 베이징역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길에도 시 주석과 장시간 함께 다니며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8일 오후 4시30분쯤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시 주석과 1시간가량 회담했다. 이어진 환영만찬은 4시간 정도 진행됐고, 행사는 밤 10시30분쯤 마쳤다. 9일 1시간 남짓한 오찬까지 포함하면 시 주석과 함께한 시간은 7시간 정도 된다. 속 깊은 얘기를 나누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북·중 양측은 회동 내용을 바로 공개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이는 조만간 이뤄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고, 북·중 양측의 대미(對美) 전략을 조기에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한 비핵화나 대북 제재 완화 문제 외에 북한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를 위해 북한 밖으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조만간 개최될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및 상응조치 요구를 중국이 지지해줄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미국을 설득하도록 중국에 메신저 역할을 당부하고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등 내용은 김 위원장이 9일 저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 CCTV는 이날 오후 7시 메인뉴스(신원롄보)에서도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구체적인 정보는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만 말했다. 지난해 6월 김 위원장 3차 방중 때 정상회담 직후 중국 관영매체들이 일제히 회담 장면과 발언을 상세히 공개했던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 3월에는 김 위원장 특별열차가 국경을 넘은 뒤 공개됐고, 5월에는 전용기가 이륙한 뒤 보도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김정은-시진핑, 7시간 함께 은밀한 공조
입력 2019-01-09 19:02 수정 2019-01-09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