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개월 된 딸을 돌보기 위해 소방관 동료들과 식사를 하다 일찍 귀갓길에 오른 40대 소방관이 대형 참사로 번질 위기에서 시민들을 구했다.
인천중부소방서 송현119안전센터 정기영(41) 소방위는 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8일 오후 8시11분쯤 귀가하던 길에 열쇠 제작 점포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한 뒤 옥내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껐다”며 “시민들에게 119 신고를 요청하고, 식사 중이던 고근식 팀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소방위는 지난달 태어난 딸을 돌보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100m 떨어진 식당에서 동료와 식사하다 먼저 일어나 귀가하던 길이었다. 불이 난 열쇠점포는 50㎡ 규모로 8층 상가건물과 접해 있어 자칫 불이 번질 경우 수백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던 정 소방위의 동료 6명도 연락을 받자마자 달려와 진화작업에 나섰다. 일부 소방관은 소화전을 이용해 불을 껐고 일부 소방관은 PC방과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상가건물에 있던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곧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인천중부소방서 대원들은 비번 근무자들이 초기진화에 나선 상황을 이어받아 화학차 등 18대의 장비를 동원해 화재 발생 15분 만인 오후 8시26분쯤 진화작업을 완료했다. 이 불로 열쇠점포 주인 이순녀(81·여)씨가 발등에 3㎝가량 열상을 입었지만 다른 피해자는 없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활동도 큰 힘이 됐다. 이효성(46)씨와 박승호(61)씨는 “화재현장 인근 커피숍에 있다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불구덩이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할머니를 안고 나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보기 위해 귀가하던 소방관이 골든타임을 확보해 대형 참사를 막은 셈”이라며 “아이가 복덩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육아 위해 귀가하던 소방관, 점포 화재 보고 직접 진화
입력 2019-01-09 2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