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카펫 밟으며 입장하고, 아빠들이 축하공연 해주고, 부모님께 상장 드리고, 타임캡슐도 묻고….’
많은 초·중·고교가 졸업식을 1월로 앞당겨 치르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독특한 ‘이색 잔치’ 형식의 졸업식을 여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충북 영동의 추풍령중은 9일 졸업생이 주도해 졸업식을 진행했고 타임캡슐도 매설했다. 졸업식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부르는 노래 공연으로 시작돼 레드카펫 포토타임, 편지 낭송 등으로 진행했다. 11명의 졸업생은 이어 꼭 기억하고 싶은 물건과 영상, 편지 등을 타임캡슐에 담아 교정에 묻었다. 타임캡슐 매설은 20년째 진행돼 온 학교 전통으로 졸업생들은 20년 뒤 다시 모여 개봉할 예정이다. 임근수 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눈물이 있는 졸업식이었다”며 “졸업생 대표의 답사는 물론 11명의 학생이 각자 선생님과 부모님께 인사말을 하는 동안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고 말했다.
전날 전북 정읍에 있는 동화중에서는 졸업생 24명 전원에게 ‘행복씨앗통장’이 전달됐다. 10만원이 입금된 3년 만기 적금통장이다. 통장은 이 학교 송재중 생태농업 지도교사와 비영리단체 동화랑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4일 열린 강원도 춘천의 금병초교 졸업식에서는 아빠들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아빠들은 이날 자녀들과의 추억이 담긴 영상물을 상영하고 합창을 선사했다. 홍천의 내촌초교에서는 졸업생들이 부모님에게 ‘고맙상’ ‘라이프상’ ‘이해상’ ‘참부모상’ 등으로 직접 이름 붙인 상장을 선물했다. 같은 날 광주 남구 진제초교에서는 6학년 전체 졸업생들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가 상영됐고, 광주북초교에서는 학생들이 찍은 사진들로 만든 졸업 앨범이 전시됐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밀가루가 날리던 졸업식은 옛말이 됐다”며 “졸업과 새출발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하는 행사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2월이 아닌 1월에 졸업식을 치르는 학교도 크게 늘고 있다. 연간 학사일정을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면서 생긴 변화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2372개 초·중·고교 가운데 1947개(82%) 학교가 1월 중 방학식과 함께 졸업식을 한다. 충북에서도 255개의 초등교 가운데 212곳, 중학교 127개중 96곳, 고등학교 84개중 47곳이 1월에 졸업식을 갖는다. 제주에선 196개 학교 중 191곳(97.4%), 세종지역은 116개 모든 학교가 1월에 졸업식을 연다. 전북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돼 익산에 있는 이리영등초와 이리남초, 이리부송초 등은 지난해 12월에 2018학년도 졸업식을 끝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밀가루 졸업식’은 옛말, 타임캡슐 묻고 통장 주고 아빠 축하공연도
입력 2019-01-09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