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알파인 국가대표 정해림(24·한국체대)이 한국 여자선수 사상 처음으로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평행대회전에서 20위를 기록했던 정해림은 올 시즌 급성장한 기량을 과시하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해림은 지난 8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배드 가스테인에서 열린 2018-2019시즌 FIS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회전 16강 본선 토너먼트에서 최종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로써 정해림은 지난해 1월 달성한 월드컵 개인 최고성적(17위)을 갈아치웠고, 한국 여자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대회 본선 무대를 밟는 결과를 남겼다.
이날 정해림은 1차 예선에서 실수 하나 없이 코스를 모두 소화해 3위(29초51)에 이름을 올렸다. 2차 예선에서는 한 차례 실수가 나와 33초35를 써냈지만, 1·2차 합계 기록(1분02초86)에서 전체 13위로 16강 본선에 진출했다. 정해림은 16강에서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은메달리스트이자 현 세계랭킹 4위인 세리나 요르그(31·독일)와 맞붙었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와 경쟁하며 상위 토너먼트 진출을 노렸지만 8강에는 오르지 못했다. 예선에서 정해림보다 한 단계 낮은 15위를 한 밀레나 바이코바(러시아)가 8강에 진출하면서 정해림의 순위는 14위가 됐다.
정해림은 한국 여자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의 개척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몇몇 여자선수가 같은 종목에서 월드컵보다 낮은 등급의 대회인 대륙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월드컵 본선에 오른 이는 없었다. 또 월드컵 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유로파컵에서 지난해 한국 선수론 처음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올림픽과 유로파컵에서 경험을 쌓은 정해림은 월드컵 첫 토너먼트 진출을 통해 또 한 차례 성장했다. 평창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냈던 남자 스노보더 이상호에 이어 여자 종목에서도 스노보드 스타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해림은 “이번 대회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월드컵 본선에 자주 진출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언젠가는 월드컵 우승을 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상헌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 총감독은 “정해림의 16강 진출은 향후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더 강한 대표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정해림, 스노보드 가보지 않은 길 씽씽∼
입력 2019-01-09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