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폭행 혐의로 구속된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가 심석희를 상습 성폭행했다는 진술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심석희는 8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만 17세의 고등학생이었던 2014년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지난해 1월까지 약 4년간 조 전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심석희는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혐의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심석희는 한국체대 빙상장 지도자 라커룸, 태릉 및 진천선수촌 빙상장 라커룸 등을 성폭행 장소로 특정했다. 조 전 코치 변호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심석희가 성폭행 시기와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힌 점으로 미뤄 조 전 코치의 부인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폭행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조 전 코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때렸다”며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은 점을 감안할 때 그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경찰은 조 전 코치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증거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대면 조사를 벌여 성폭행 혐의를 밝혀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9일 체육계 전수조사, 성폭력 징계자의 취업 차단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늑장 대처일 뿐이다. 심석희가 “정신적 충격 때문에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는데도 문체부가 피해자 심리치료 방안을 누락한 것은 정부 대책이 얼마나 졸속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국가 관리 시설에서 성폭행이 자행된 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부실한 관리·감독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체육계 성폭력 피해자가 심석희 한 명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스포츠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가대표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1.7%에 달했다. 2016년 조사 때보다 0.2% 포인트 늘었다. 예술·공연계에서 피해 폭로가 잇따른 것처럼 체육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고 가해자를 엄단할 수 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수치스럽겠지만 방치하면 제2, 제3의 심석희가 나온다.
[사설] 심석희의 충격적인 폭로… 늑장 대책 내놓은 문체부
입력 2019-01-1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