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이 찰나의 시대

입력 2019-01-10 00:01

성경은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하나님나라’로 꽉 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라’로 번역됐지만 헬라어로 왕을 뜻하는 단어에서 나온 ‘왕국’이란 말입니다. 하나님나라의 주권은 왕이신 하나님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나라를 천국, 이 땅과 대비되는 하늘의 공간으로만 생각하면 성경의 몇 구절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예수는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했다”(마 12:28)고 말했습니다. 누가복음 17장 20~21절, 골로새서 1장 13절 말씀도 그렇습니다.

죽으면 천국(하늘나라) 가는 게 아니라 예수를 믿으면 이미 하나님나라에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이 통치하는 모든 영역을 부르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통치하지 않는 영역은 하나도 없습니다. 때론 하나님의 다스림에 순복하고 그분을 따르는 자들을 백성으로 삼아 그들 안에서 그분의 통치와 다스림을 구현하는 것, 그 영역을 특별히 하나님나라라고 말합니다. 교회는 하나님나라가 어떤 것인지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있는 기관입니다. 김홍전 목사님은 “교회는 하나님나라를 증시하기 위한 기관”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에덴동산을 짓고 아브라함을 통해 이스라엘 국가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님 뜻대로 영광을 높이는 대신 끊임없이 반역했습니다. 문헌사를 살펴보면 유토피아를 향한 인간의 열망은 늘 컸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한 걸 보게 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선한 통치를 이루기 위해선 인간의 죄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결국 이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인간 안에 있는 죄의 문제를 해결하셨습니다. 성육신은 곧 천국이 이 땅에 침노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마귀와 죄의 영향을 받습니까. 신학자 오스카 쿨만은 디데이와 브이데이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가 결정된 건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입니다. 그날을 디데이(D-day)라 부릅니다. 하지만 45년 5월 8일 유럽에서 연합군이 최종 승리하는 브이데이(V-day)까지 1년간 크고 작은 싸움이 있었습니다.

기독교에 비춰보면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부활하신 디데이에 신자들의 모든 승리가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십자가에서 쟁취한 승리를 완전히 누리게 되는 날은 예수님이 재림할 때입니다.

본문의 “그의 나라가 임하게 해 달라”는 기도는 그날이 오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또 하나님의 통치가 내 안에서 이뤄지고 나를 거룩하게 해 달라는 기도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분명해집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 승리가 결정됐고 다가올 종말이 시작됐습니다. 다른 종교와 달리 성경적 종말론의 가장 큰 특징은 종말을 미래로만 보지 않고 이미 시작됐고 완성됐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1세기 그리스도인들이 폭발적인 힘을 가질 수 있었던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종말이 머지않은 미래에 있으리라 확신했고 이미 시작된 종말을 살아가려 했고, 그 종말이 결국 그리스도께서 나를 완전히 영원한 나라로 인도해주실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이룰 수 있다고 믿으면 지금의 삶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갖지 못한 것, 잡지 못한 자리 때문에 고통스러워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리스도께로 오십시오. 지금 모습에서 더 나아질 필요도, 더 깨끗해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지금 있는 그대로 여러분을 부르십니다.

이정규 목사(시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