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방문지인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기 4시간 전에 북·중 양측이 방중 사실을 동시에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월 첫 방중 때는 귀국 후 보도가 나왔고 이후 해외일정 진행 중에 보도된 적이 있지만 베이징 도착 전에 보도가 나온 것은 파격이다. 북한은 최고지도자 부재 시 반동이나 쿠데타 위험이 있고, 일정이 미리 노출되면 테러 발생 우려도 있기 때문에 과거엔 사전 공개를 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은 8일 오전 8시 김 위원장이 7∼10일 중국 방문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에서 출발하는 사진과 관련 기사를 실었다.
중국 CCTV도 북한 매체와 동시에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열차는 7일 저녁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을 거쳐 8일 오전 10시55분쯤(현지시간·한국시간은 11시55분) 베이징 역에 도착했다. 베이징에 도착하기 몇 시간 전에 김 위원장의 행적을 공개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3월 25∼28일 김 위원장의 1차 방중 때는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중국을 빠져나간 28일 오전에 북·중 매체들이 보도를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7∼8일 랴오닝성 다롄을 깜짝 방문했을 때도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다롄에서 떠난 8일 저녁 북·중 언론에서 동시에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6월 19∼20일 김 위원장의 3차 방중 때는 베이징 일정을 소화하던 20일 오전 북한 매체 보도가 나와 “전례가 없는 일”이란 평가를 받았다. 베이징 도착 전 보도가 나온 것은 또 다른 파격이다.
북한 매체들의 이런 변화는 최고 권력자가 평양에 없어도 위험 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최고 지도자가 해외 순방을 할 때 미리 일정을 공개하는 국제사회 관행을 따르면서 정상국가 이미지를 쌓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최근 양복을 입고 집무실 소파에서 신년사를 발표한 것도 정상국가 이미지 구축의 일환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도착 전 방중 발표, 김정은의 정상국가 이미지 구축용
입력 2019-01-0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