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김 뺀다더니… 최저임금 결정委 결국 정부 편이 다수

입력 2019-01-09 04:05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가 마련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초안을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입김’을 빼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이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결정위원회 구성 방안 가운데 제1안에 담긴 ‘디테일’이 문제로 꼽힌다. 공익위원이 7명이라고 했을 때 4명까지만 정부가 임명하고 나머지 위원 구성은 국회에 맡기는 방안이다. 하지만 국회 추천 과정에서 여당 몫이 반영될 경우 사실상 정부 편인 공익위원은 더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높이게끔 대안을 설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에 따르면 공익위원 선정 방식은 두 가지다. 1안은 사용자·근로자·공익위원을 7명씩 선정해 21명으로 구성하는 안이다. 이 경우 국회가 공익위원 중 3명을 추천토록 규정했다. 정부 입김이 미칠 수 있는 공익위원은 4명으로 한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정부 편을 들 수 있는 위원은 최소 5명이다. 국회 임명 몫인 3명의 위원 중 1명은 여당에서 추천하기 때문이다. 8일 고용부 관계자는 “국회 몫 중 여당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편을 드는 공익위원이 1명 더 늘어나면 무엇이 문제일까. 최저임금 결정 방식에서 드러난다. 최저임금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체 위원의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결정위원회 총 인원이 21명라고 했을 때 최소 11명은 출석해야 회의가 성립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하는 사용자위원 7명이 전원 불참해도 근로자위원(7명)과 정부에서 임명한 공익위원 4명이 출석하면 최저임금 결정이 가능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여당에서 추천한 공익위원 1명이 더해진다면 이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최저임금은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2차례 인상됐다. 이 중 25회는 합의가 안 돼 표결로 결정됐다. 25회 표결에서 사용자·근로자위원 중 한쪽이 전원 불참한 상태에서 표결을 진행한 경우는 17회(68%)에 이른다. 공익위원이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면서 표결이 가능했기에 정부 입맛이 반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출발선이 필요해서 만든 안일 뿐”이라며 “앞으로 논의 과정에서 수치나 방식 등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