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조합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의 시공사 선정 계약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조합 측이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8000억원 규모의 강남 알짜 재건축사업을 놓고 대형 건설사 간에 치열한 재수주전이 예상된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주구 재건축조합은 전날 저녁 임시총회를 열어 ‘현산 시공사 선정 취소의 건’을 원안 가결했다. 조합원 총 1622명 중 857명이 참석해 86.9%인 74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두 차례의 유찰 후 단독입찰한 현산을 지난해 4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7월 시공사로 확정한 뒤 본계약 내용을 조율해 왔다. 그 과정에서 특화설계안과 비용, 공사 범위 등 세부항목에 대한 의견차가 커 양측이 갈등을 빚었고 조합은 지난해 12월 협상 결렬을 공식화했다.
조합은 향후 새로운 시공사 선정과 수의계약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총회에 앞서 최홍기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면 조합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고 조합원 여러분의 금전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일정에도 차질 없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재입찰을 추진하는 조합 지도부와 반대 측이 서로 여론전을 펼치며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일부 조합원과 현산은 지난주 임시총회 개최에 대한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김대철 현산 사장이 시공사 선정 취소 시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사업 추진이 한층 험난해졌을 뿐 아니라 조합 내부 갈등도 불씨로 남아 있다.
현재 전용면적 72㎡ 1490가구인 3주구는 재건축사업을 통해 지하 3층~지하 35층 17개동 2091가구로 조성될 계획이다. 사업비만 8087억원으로 지난해 서울시에서 추진된 재건축사업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서초구 일대에 얼마 남지 않은 알짜 사업지로 주목받아 온 만큼 시공사 선정이 원점에서 재시작되면 대형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에는 현재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시공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9일에는 대림산업과 롯데건설, 10일에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밖에 아직 의향을 밝히지 않은 대형사들도 입찰에 관심을 가질 경우 과열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강남 재건축 수주 관련 비리가 불거지고, 이들 건설사를 대상으로 수차례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수주 비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공포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재건축조합 등에 금품을 제공한 건설사에 대해 시공권을 박탈하거나 공사비의 최대 20%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처벌 대상이 된 건설사는 1년간 입찰 참가가 금지된다. 용역업체를 앞세워도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되는 만큼 이번 재입찰 과정에서 과잉출혈 경쟁 및 수주 비리가 재차 고개를 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HDC현산과 결별한 반포 3주구… 치열한 재수주戰 예고
입력 2019-01-08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