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여당 반대에… 국토부 ‘카풀 갈등’ 해결책 발표 번번이 좌절

입력 2019-01-09 04:00

국토교통부가 ‘택시-카풀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을 지난해 이미 마련했는데도 공개하지 않는 배경에는 청와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있다. 국토부는 일찌감치 카풀 서비스의 운행 범위를 1일 2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넣어 공식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청와대와 여당이 반대하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그 사이 택시 업계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갈등 수위만 높아졌다. 정부와 여당이 때를 놓치면서 한국의 공유경제는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2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럭시’를 인수한 뒤 카풀 서비스 개시를 예고하자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했다. 카풀 등 새로운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가 기존 교통산업과 충돌·경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차라리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서 전체 교통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카풀을 전면 금지하거나 출퇴근 시간대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꼬였다. 택시 업계의 반발이 한층 거세진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월급제 도입, 사납금 근절 등 방안을 추가했다.

당초 청와대는 카풀 서비스를 혁신성장 성과물의 하나로 키워야 한다며 ‘국토부 방안’에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혁신 현장점검’ 안건에 카풀서비스 등 ‘차량 공유 서비스’를 포함하려고 했다. 국토부는 택시 업계와 조율하고 있어 안건으로 올리는 걸 반대했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국토부가 각 업계와 논의를 해 성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에 국토부는 택시 업계, IT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설명했다.

정부의 방침에 택시 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지난해 8월 4개 택시 단체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반면 정보기술(IT) 업계는 국토부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합의했다. 국토부는 한 달쯤 지난 9월에 공청회를 열고 ‘교통분야 O2O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번에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대해 발표가 보류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카풀 금지 법안 상정이 공공택지 후보지 자료 유출 사태로 무산됐다. 택시 업계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갈등 조정에 나섰다.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유경제 간담회를 개최해 카풀 방안을 발표하려고 했다. 이때도 청와대가 간담회 개최를 반대했다.

같은 달에 택시 업계의 광화문 집회가 있은 뒤 국토부는 다시 ‘갈등 해결 방안’ 발표를 건의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TF를 통해 12월까지 택시 업계를 설득하겠다”고 해 미뤄졌다.

사태가 얽히고설키자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지난해 11월 21일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가졌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 김태년·윤관석·전현희·한정애 의원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가 다시 ‘방안 발표’를 건의했지만 여당은 반대했다고 한다.

그 뒤로 택시-카풀 갈등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민주당이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나섰지만 4개 택시 단체 대표들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국토부가 먼저 방안을 발표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