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통과 기대못해… 英, 브렉시트 시한 연기 타진

입력 2019-01-08 19:23 수정 2019-01-08 21:50
대형 화물트럭들이 7일(현지시간) 영국 남동부 도버 외곽의 도로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영국 당국은 이날 노딜(no-deal) 브렉시트를 대비해 화물트럭을 도버항 인근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에 대기하도록 한 뒤 순차적으로 항구로 들여보내는 훈련을 실시했다. 3월 말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도버항을 거쳐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트럭들은 모두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극심한 교통체증이 예상된다. AP뉴시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 하원의 투표 날짜가 15일(현지시간)로 확정됐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합의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오는 3월 29일로 정해진 탈퇴 시한을 연기하기 위해 물밑작업에 나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7일 EU 소식통들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EU 헌법에 해당하는 ‘리스본 조약 50조’의 적용을 연장하는 방안을 EU에 타진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에 대한 내용을 담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2017년 3월 29일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한 뒤 2년간 협상 절차를 거쳤다.

영국과 EU의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영국은 통보일로부터 정확히 2년 뒤인 3월 29일을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즉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된다. 다만 양국과 EU 모두 합의할 경우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올해 3월 29일 EU를 탈퇴하게 된다고 줄곧 말해 왔고 50조를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하원 통과를 위해서는 의결권이 있는 의원 639명 중 과반인 320명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야당은 고사하고 당장 보수당 의원(314명)의 59%가 반대를 표명한 상태다.

애초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투표는 지난달 11일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투표를 연기했었다. 영국 정부는 합의안 반대의 핵심인 ‘안전장치’의 한시적 적용을 확약받기 위해 EU와 막판 협의도 진행하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EU와 영국 정부는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에 관세 장벽과 물리적 국경이 재설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관세동맹에 잔류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나중에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에 잔류시켜 영국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의회에서 합의안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브렉시트 탈퇴를 다시 묻는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영국 정부가 다른 EU 회원국의 동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브렉시트 통보를 철회할 수 있다고 판결해 영국 내 EU 잔류파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영국 하원 의원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정부의 과세권과 재정지출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잇따라 제출했다. 8일 스카이뉴스는 보수당의 니키 모건, 노동당의 이베트 쿠퍼, 자유민주당의 빈스 케이블 등이 각각 재정법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쿠퍼 의원은 “노딜 브렉시트로 경제와 안보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라고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수정안이 통과되면 노딜 브렉시트가 됐을 때 정부 재정지출이나 과세에 문제가 생겨 영국도 미국처럼 정부 셧다운(업무정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