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못 내치는 한국당, 5·18 진상조사위원 추천 차일피일

입력 2019-01-09 04:01 수정 2019-01-09 09:32
사진=뉴시스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조사단 조사위원 추천을 두고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고 있다. 특히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극우 논객 지만원(76·사진)씨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음에도 지씨 추천 여부를 두고 단호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제1야당 한국당이 지만원에게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5·18 진상조사단 조사위원 추천은 당내 의견을 좀 더 수렴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해 11월 5·18 진상조사단 조사위원과 관련한 공모 절차를 진행했지만 아직도 한국당 몫으로 배정된 조사위원 3명을 확정하지 않았다.

여야는 앞서 지난해 2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헬기 사격을 했다는 의혹 등을 진상규명하기 위한 특별법을 합의 처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지난해 9월 안종철 전 국가인권위 기획조정관, 송선태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민병로 전남대 교수, 이윤정 오월민주여성회 회장, 이성춘 송원대 교수를 추천했다. 바른미래당도 오승용 전남대 교수를 추천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당이 조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3월 법안이 공포된 지 열 달이 다 되도록 진상조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시간끌기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지씨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문제를 두고 당 안팎의 강경 여론과 극우 이미지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지씨의 북한군 개입설에 당내에서도 동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진태 의원은 당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지씨 추천을 주장했다. 그는 “지씨는 5·18 사건 기록 한 트럭 분량을 개인적으로 복사해 집에서 2년간 다 읽었다. 지씨보다 5·18을 깊게 연구한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도 “(특별법상) 진상조사 범위에 북한군 개입 여부가 포함됐기 때문에 (지씨가) 그쪽에 전문성이 있어서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당직자는 “지씨를 추천하는 순간 한국당은 극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여권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지씨를 추천할 경우 중도층 흡수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당 지도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지씨의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한 집회에서 나 원내대표가 자신을 조사위원 추천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자신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밝힌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도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씨는 당시 10대 초등학생이던 탈북자들까지 북한군 특수부대였다는 우스운 주장을 하는 사람”이라며 “한국당이 지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