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 北·中, 트럼프에 강력 메시지

입력 2019-01-08 18:57 수정 2019-01-08 23:2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 7일 오후 평양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중국행 특별열차로 향하고 있다. 두 사람 뒤로 리수용·김영철·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등 수행원들이 레드카펫 바깥에서 따라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이례적으로 8일 오전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 매체가 동향 보도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북·미 비핵화 협상에 중국을 끌어들였다. 북·미 협상에 앞서 중국과 전략적인 공동전선을 펴겠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미국에 보낸 셈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한동안 한반도 문제에 신경 쓰지 못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김 위원장의 4차 방중을 받아들이며 대북 영향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의 7~10일 중국 방문은 명목상 시 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북한 뒤에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김 위원장의 속내와 북한 문제에 중국이 개입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시 주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다. 북·중 양측이 노골적으로 미국에 공동대응을 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비핵화 협상은 북·미 양자 간이 아닌 북·중 대 미국의 2대 1 구도로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북·미가 대화를 통해 긍정적 성과를 이뤄내는 것을 지지해 왔다”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변수로 작용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미국의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관점을 함께하는 중국을 재차 방문함으로써 북·미 양자협상으로 이뤄지던 비핵화 논의를 다자 구도로 전환시킬 채비를 갖췄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중은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 이행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도 경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중국의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새해 첫 방중은 미·중이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진행하던 중에 이뤄졌다. 중국이 미묘한 시기에 김 위원장을 받아들인 것은 자신들이 대북 지렛대를 여전히 갖고 있음을 미국에 은밀히 과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무역 분야에서 대미(對美)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북한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세 차례 수용하고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북측에 전용기를 제공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의 3차 방중 이후에는 한반도 문제에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 밀착 행보를 노골적으로 견제했기 때문이다.

북·중 양측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일찍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과 중국중앙TV(CCTV) 등 북·중 관영 언론은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7일부터 1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동시에 보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