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 수행단으로 핵심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경제통으로 꼽히는 박태성 당 부위원장 등이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8일 김 위원장 방중에 부인 리설주 여사, 김 부위원장, 박 부위원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올해 신년사 발표에 등장해 실세임을 과시한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도 함께 방중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미 협상에 관여 중인 김 부위원장과 리 부위원장, 리 외무상이 방중에 포함된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시급한 현안인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등에 대해 중국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로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끌고 있다. 김 위원장의 ‘복심’인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6월 미국으로 가서 폼페이오 장관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리 부위원장과 리 외무상도 북한 내에서 최고의 미국통으로 꼽히는 ‘외교 일꾼’이다. 이들 3인방 모두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또 노동당에서 과학·교육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박 부위원장은 북·중 간 경제 협력에 대한 논의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 참관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아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등을 살펴보기도 했고, 지난해 6월 김 위원장의 3차 방중도 수행했다. 일각에선 박 부위원장이 북·중 외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박 부위원장이 방중 수행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라며 “지난해 5월 참관단을 이끌고 베이징에 가서 ‘개혁·개방’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제통이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4차 방중 수행단 면면을 보면 대남·대외 분야는 김 부위원장·리 부위원장·리 외무상이, 경제 분야는 박 부위원장이 협의할 것 같다”며 “북한이 비핵화, 북·미 관계, 평화체제는 물론 남북 관계와 경제문제까지 들고 가서 설명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2인자로 통하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경제사령탑인 박봉주 내각 총리는 이번 수행단에서 빠졌다. 두 인사 모두 지난해 3차 방중 때는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최 부위원장은 평양에 남아 내부 단속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북·미 협상 주도 김영철, 경제통 박태성 등 핵심간부 총출동
입력 2019-01-08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