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의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삼성전자가 주저앉았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이 끝나면서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 흑자가 큰 폭으로 줄었고 스마트폰 실적까지 부진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올렸다고 8일 발표했다. 매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 같은 기간의 65조9800억원보다 10.6% 줄었고, 전 분기(65조4600억원)보다도 9.9% 감소했다. 올해 들어 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영업이익은 1년 전(15조1500억원)에 비해 28.7% 줄었고,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전 분기(17조5700억원)보다는 무려 38.5%나 축소됐다.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돈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증권가 추정치보다 훨씬 낮은 ‘어닝쇼크’(실적부진 충격)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잠정실적 공시에 별도의 자료를 첨부하고 실적 부진에 대해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하고,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경쟁 심화로 실적이 둔화됐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은 당분간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 하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공시 첨부자료에서 “올해 1분기의 경우 메모리 업황 약세가 지속되면서 실적 약세가 전망되지만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사업이 하반기에 성수기 영향과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급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올해 하반기 실적 반등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올해 4분기가 D램 수급 저점이 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완만한 감소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단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 증설 투자를 최소화해 공급 과잉을 막고 가격 하락세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평택과 중국 시안 공장의 증설 투자를 중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4대 미래사업을 집중 육성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5G와 인공지능(AI), 전장 사업에 대응하기 위해 부품 기술 강화 및 폼팩터 혁신, 5G 기술 선도 등 사업 경쟁력 강화를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이재용 부회장은 새해 들어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했고,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와 동시에 삼성전자는 이미지 개선에 꾸준히 나서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과거 정경유착 관행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행보를 올해도 이어갈 예정이다. 미세먼지 연구소를 설립해 미세먼지의 기술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연초부터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반도체 초호황 끝나자 삼성전자 어닝쇼크, “하반기 살아날 것”
입력 2019-01-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