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들 “보람 찾기 힘들다”… 정년 멀었는데 명퇴 신청 봇물

입력 2019-01-08 19:46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다. 과거 안정적이고 존경받는 직업으로 인기를 누렸던 교사가 최근 교권 추락 등을 겪으며 힘들고 보람을 찾기 힘든 직업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시교육청은 오는 2월말 교원 명예퇴직 신청을 마감한 결과 지난해 2월말 명예퇴직자 수(186명)보다 170% 증가한 310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명예퇴직자 보다도 124명이나 많은 인원이다.

명예퇴직 신청 현황은 공립초 81명, 공립중 53명, 공립고 49명, 사립 특수 5명, 사립중 37명, 사립고 85명이다. 2015년 612명으로 가장 많았다가 다음해엔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2017년 188명, 2018년 259명으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경북 역시 오는 2월 말 교원 명예퇴직 신청자 수가 393명으로 지난해 전체 신청자(376명)보다 많다. 경북은 2017년(306명) 이후 2년째 명예퇴직 신청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부산은 내년 2월 교사 554명이 명예퇴직을 한다. 이는 지난해 명예퇴직자 568명에 맞먹는 숫자다. 같은 시기에 정년퇴직하는 교사 178명을 합치면 773명이 한꺼번에 교단을 떠난다. 부산의 경우 2016년 398명, 2017년 392명이었다가 지난해 568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올해는 더 많은 교원이 빠져나갈 예정이다.

충북은 오는 2월 명예퇴직 신청자가 171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2월 말 기준 신청자(121명)보다 41%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전체 신청자(169명)보다 많다. 2017년 2월 신청자 85명과 비교하면 2년 사이 2배나 증가했다.

충남도 올해 상반기 318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지난해 전체 명예퇴직 신청자 수보다 많았다. 강원도도 올해 상반기 명예퇴직 신청자가 249명으로 2017년 130명, 지난해 191명보다 크게 늘었다.

교원 명예퇴직 바람은 공무원연금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던 2015년 정점을 찍었다가 연금 감소 우려가 해소된 후 잠깐 줄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 영향과 함께 급변하는 교육환경, 교권 추락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명예퇴직 신청자 증가는 전국적인 추세”라며 “급변하는 교육환경과 교권 약화로 인한 교직에 대한 회의감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정년에 가까운 교사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50대 명예퇴직 신청자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대구시교육청 등은 예비교사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예산 확보에 나서 명예퇴직을 적극 수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교사수가 부족한 일부 지방 교육청들은 급증하는 명예퇴직으로 인한 교사 부족 사태를 우려하며 교사 수급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