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해 온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이 7일(현지시간) 노란 조끼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반정부 시위에 두 달 넘게 시달린 프랑스 정부는 나라 안팎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오성운동의 공식 블로그에 올린 ‘노란 조끼, 포기하지 말라’는 글에서 프랑스 노란 조끼의 정치세력화를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란 조끼와 오성운동은 동일한 정신에서 탄생했다”며 “당신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창당 9년도 안 돼 집권당이 됐고 우리를 비웃던 이들은 이제 정치무대에서 사라졌다”고 썼다. 2009년 반체제 시민운동으로 출발한 오성운동은 기성 정당을 비난하는 전략을 통해 지난해 총선에서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거듭났다.
디 마이오는 부총리는 노란 조끼 활동가들이 오성운동의 온라인 플랫폼인 ‘루소’를 이용해 행사를 조직하고 출마 후보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성운동은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이름을 딴 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주요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고 있다.
오성운동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마크롱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성명에서 “국민의 뜻에 어긋난 통치를 하는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선량한 시민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의 반체제 시위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양국 관계는 이탈리아의 오성운동·동맹 연립여당이 집권한 뒤 악화됐다. 두 나라는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수용 문제로 사사건건 맞서며 신경전을 벌였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앞으로 노란 조끼 시위를 지지하면서 두 나라 사이 긴장관계가 더 커질 것이라고 도이치빌레가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탈리아 지도자들의 도발에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폭력 시위에 더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TF1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는 과거 축구 훌리건의 경기장 입장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의 과격 시위자 등록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방화, 공공기물 파손 등 위법행위를 한 시민들은 경찰에 등록돼 이후 시위 참여가 금지된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伊부총리 “佛 노란 조끼 지원” 파문
입력 2019-01-08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