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패권’ 비판 잠재우고 떠나는 임종석… ‘총선 준비’ 관측

입력 2019-01-09 04:00 수정 2019-01-09 09:28
임종석(오른쪽)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청와대에서 2기 참모진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임 실장과 함께 물러나는 윤영찬(왼쪽) 국민소통수석과 한병도 정무수석도 참석했다. 임 실장은 “지난 20개월간 대통령의 초심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이병주 기자

문재인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던 임종석 실장이 20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난다. 임 실장은 지난 대선 초반 비등했던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비판을 잠재웠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임 실장은 고강도 사회 개혁을 원하던 지지층과 국정 안정을 바라는 보수 진영 사이 갈등 우려를 비교적 순탄하게 누그러뜨렸다.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이후 2020년 21대 총선 출마를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임 실장의 가장 큰 공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점을 꼽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문재인정부는 인수위도 없어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를 임명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에서 출범했다”며 “누가 뭐래도 임 실장은 이 과정에서 국정을 안정시킨 공로가 지대하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매일 오전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각 수석 및 비서관들과 국정을 점검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임 실장은 정책이 이념적 갈등에 휩싸이거나 쟁점이 제기될 때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며 “문 대통령도 이런 상황에서 임 실장이 다른 의견을 낼 때 무척 좋아했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임 실장의 21대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임 실장의 인지도 덕에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수도권 내 험지 차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16, 17대 국회에서 서울 성동 지역구 의원을 지낸 임 실장은 다음 총선에서 서울 종로, 중구·성동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쟁쟁한 후보들이 출마해 온 종로 출마가 확정되면 대선주자로서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종로가 지역구인 정세균 의원이 아직 불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아 공식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임 실장이 향후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해 남북 관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임 실장 의사와 상관없이 차기나 차차기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최연소 선임수석인 한병도 정무수석은 전병헌 전 수석의 뒤를 이어 중책을 맡았다. 유례없는 다당제 국회에서 야권을 오가며 협상했다.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를 성사시켰고, 올해 예산안을 사실상 자유한국당과의 단독 협상으로 통과시켰다. 청와대가 정무수석실 산하 비서관 자리를 하나 줄인 상황에서 악전고투를 벌였다. 한 수석은 17대 국회 지역구였던 전북 익산 총선 출마를 준비할 예정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외교안보 문법을 새로 쓴 북핵 정상외교를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북 정상회담 때는 사상 첫 평양 생중계를 비롯해 다양한 깜짝 홍보 방안을 기획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윤 수석의 총선 출마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 중원을 비롯해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준구 신재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