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한산… ATM 등은 정상 운영 큰 혼란 없어

입력 2019-01-08 19:14
KB국민은행 직원이 8일 서울 여의도지점에서 고객에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등을 알리고 있다. 출입구에는 파업으로 업무처리가 지연될 수 있음을 고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현규 기자

19년 만의 총파업이 벌어진 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의 KB국민은행 영업점 창구 7곳 가운데 5곳에만 직원이 앉아 있었다. 평소 대기자가 많은 영업점이지만 이날은 번호표가 필요 없었다. 기다리는 고객은 3명에 불과했다. 한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입구에 서 있던 보안직원은 “오늘은 입출금만 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 중년 여성은 “손님이 없어 쾌적해 좋지만 (파업이) 자꾸 반복되면 은행을 바꿔야겠다”고 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성과급 지급과 직원 간 차별 철폐 등을 명분으로 하루 동안 1차 총파업을 벌였다. 국민은행 측은 “5100여명의 직원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1만6000여명)의 32%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전국 1058개 지점을 모두 열었다. 파업하지 않은 부지점장 이상 관리자들과 일부 직원들이 출근했다. 국민은행은 영업시간에 발생한 금융거래 수수료를 모두 면제했다. 파업으로 발생한 연체이자 등도 받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별 거점점포 411개(수도권 271개, 지방 140개)를 제외한 나머지 영업점에선 입출금 업무마저 원활하지 못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영업점 직원은 “방문한 고객들을 모두 거점점포로 안내했다”고 전했다. 거점점포에서도 개인·기업대출, 외환 등의 업무는 불가능했다.

그나마 창구 혼잡은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 인터넷·모바일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정상 운영돼서다. 지난해 국민은행 전체 거래 가운데 ‘비대면’ 비중은 86%에 이른다. 다만 급하게 영업점을 찾아서 일처리를 해야 하는 고객은 피해가 불가피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해 달라”고 국민은행에 주문했다.

국민은행 노사가 언제 타협에 이를지 불투명하다. 성과급 300% 지급 등 금전적 측면 외에도 신입 행원과 여성 행원(L0)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놓고 입장이 엇갈린다. ‘귀족노조의 파업’이라는 여론의 눈총도 변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