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국가대표’로 주목받은 가드 박지현(19·숭의여고)이 여자프로농구(WKBL) 최강팀 아산 우리은행의 품에 안겼다. 지난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은 신인 최대어 박지현을 낚아 7연패는 물론 원활한 세대교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박지현은 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5층 회의실에서 열린 2018-2019 WKBL 신인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박지현이 우리은행의 지명을 받은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번 신인 선발순위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성적 역순에 따라 추첨 확률이 차등 부여됐다. 지난 시즌 우승팀 우리은행은 4.8%(구슬 21개 중 1개)의 확률을 받았다. 그런데 1순위 추첨에서 우리은행의 핑크색 구슬이 나왔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위 감독은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기쁘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한국 여자농구 전체를 위해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83㎝의 장신 가드인 박지현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 진출했던 센터 박지수(청주 KB스타즈)와 함께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대형 유망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 여자농구 단일팀 선수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이미 탈고교급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지현은 장신인데다 기본기와 스피드를 갖춰 내외곽 플레이가 모두 가능하다. 고교 시절엔 포인트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두루 소화했다. 위 감독은 “박지현의 가장 큰 장점은 대표팀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는 플레이를 하는 당돌함을 지닌 것”이라며 “프로 적응기를 주고 선수의 몸 상태를 확인한 뒤 시즌 중 투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박지현은 “하루빨리 프로에 적응해서 기대해주시는 많은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며 “꿈과 희망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역 최고 가드 박혜진과 한솥밥을 먹게 된데 대해 “같은 팀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 너무 설렌다”고 기대했다. 우리은행의 지옥훈련을 버틸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집에 가서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며 웃었다.
박지현은 박지수처럼 WNBA에 진출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박지현은 “고교 1학년 때부터 미국행을 꿈꿨다. 일단 국내 최고가 된 다음에 미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2순위 수원 OK저축은행은 이소희(인성여고)를, 3순위 용인 삼성생명은 신이슬(온양여고)을 지명했다. 4순위 부천 KEB하나은행은 대졸 포워드 김두나랑(수원대)을, 5~6순위의 인천 신한은행과 청주 KB스타즈는 최지선(온양여고)과 이윤미(동주여고)를 각각 선발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우리에 들어간 ‘고교생 국가대표’ 박지현
입력 2019-01-08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