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조가 임·단협 결렬 등을 이유로 8일 하루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이 노조 파업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한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는 성과급 300% 지급,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 1년 연장,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 요구에 밀리고 있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파업을 막기 위해 양보안을 제시했다. 성과급의 경우 통상임금의 150%와 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 무상 지급, 페이밴드는 전 직급 확대에서 현행 제도 유지 등을 약속한 것이다. 사측의 성과급안은 수용하지만 다른 쟁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노조 입장이다. 노조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이달 말부터 3월 말까지 추가 파업과 집단휴가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조 요구는 금융권 현실을 도외시한 측면이 강하다. 노조는 성과급 300% 지급의 근거로 지난해 달성한 최대 순이익 규모를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사가 괄목할 만한 영업력을 발휘해 기록적인 흑자를 낸 것이 아니다. 금리 인상기에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로 인해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이다. 페이밴드의 적용 대상 확대도 내부 경쟁을 통한 체질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 승진하지 못해도 재직 기간에 따라 연봉을 많이 받는 호봉제를 유지하는 한 조직의 활력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국민은행과 경쟁하는 국내 주요 은행들이 페이밴드를 도입한 것도 치열한 금융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국민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신한은행보다 낮은 편이다.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은 벼랑으로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서민 등의 한숨을 뒤로한 채 ‘돈 잔치’를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9100만원에 달하는 ‘귀족 노조’의 탐욕이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노조가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면서 경영 효율화와 경쟁력 제고에 역행하는 언행을 계속하면 국민은행은 시나브로 ‘냄비 속 개구리’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노사가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사측과 금융 당국은 3100만명이 넘는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사설] 총파업 하고 추가 파업 예고한 국민은행 ‘귀족 노조’
입력 2019-01-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