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교회의 영적 초기화

입력 2019-01-09 00:07

컴퓨터나 전자기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여러 가지 점검을 하고 수리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을 때 최후의 방법은 초기화(reset)하는 것입니다. 출고 당시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가장 안전하고도 확실한 방법이죠. 교회에 문제가 생기고 이상이 감지될 때에도 이런저런 방법론보다 초대교회의 모습을 찾는 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때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영적인 초기화를 뜻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본문의 안디옥교회는 현대 교회가 어떤 초심으로 돌아갈지 좋은 모델이 됩니다. 먼저 이 교회는 이방인 중심의 교회였습니다. 스데반 순교 이후의 박해로 흩어진 이들이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하는데, 유대인의 벽을 넘어 헬라인에게도 전해졌습니다. 주의 손이 함께할 때 많은 이방인이 주께 돌아왔습니다.

그 결과 최초의 이방인 중심의 교회가 탄생합니다. 초신자가 대다수인 교회가 생겨난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도 이방인, 즉 초신자 중심의 교회를 회복해야 합니다. 기존에 오래 믿던 이들이 기득권을 주장하거나 텃세를 부리는 일이 없어져야 합니다. 교회는 처음 믿은 사람, 잠시 방문한 나그네, 환난으로 피난처가 필요한 사람에게 열려있어야 합니다. 그런 분들이 환영받을 때 주님이 기뻐하시는 강력한 신앙 공동체가 됩니다.

또 안디옥교회는 말씀이 충만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새로 탄생한 이 모험적인 교회에 좋은 지도자를 보내줬습니다. 바로 바나바입니다. 그가 가장 적합한 지도자였던 것은 그 역시 구브로 출신으로 이방문화와 헬라어에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성경에도 해박했고, 회심한 사울을 품어주었던 것처럼 포용력이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바나바로 시작해서 이 교회는 좋은 성경교사들이 동역하는 교회가 됐습니다. 사도행전 13장 1절에 보면 5명의 선지자와 교사의 이름이 소개됩니다. 바나바는 자기 혼자 지도력을 독점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잘 가르치는 교사들을 두루 모셨고, 그 결과 교회는 말씀의 기반 위에 든든히 서게 됩니다.

누구도 말씀보다 앞설 수 없습니다. 바나바는 자신에게 힘이 집중되지 않도록 사람을 세우고 하나님 말씀의 기초를 든든히 다졌습니다. 한 사람에게 이목이 쏠리면 언젠가는 실망하거나 실족합니다. 하지만 말씀에 뿌리내리면 흔들림 없는 교회,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결실을 보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교회가 됩니다.

안디옥교회는 지도자는 물론이고 평신도도 유명한 교회였습니다. 말씀으로 든든히 양육된 성도들이 어딜 가든 예수는 그리스도라 전파하기를 쉬지 않았던 것입니다. 말로 또는 행실로 그리스도를 얼마나 증거했는지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컬음을 받게”(행 11:26) 되었습니다. 이후로 2000년 넘게 그리스도인은 예수 믿는 사람의 통칭이 됩니다.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의 효시가 된 곳이 바로 이 교회였습니다.

흔히 교회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담임목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안디옥교회는 담임 목사만 이름난 것이 아니라 동역하는 이들도 뛰어났습니다. 무엇보다 그 교회 성도들이 탁월했음이 분명합니다. 세상에서 돋보인 평신도들을 일컬어 ‘그리스도인’이라고 별명을 지어줄 정도였습니다. 새해 교회마다 목사님보다 더 유명한 평신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간증이 있고, 하나님이 살아계신 증거가 드러나 우리의 삶을 통해 예수만 증거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성준 인천 수정성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