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의미·北 접근성 따져보니… 2차 회담 장소 ‘베트남’이 1순위

입력 2019-01-08 04:03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 북한과 협의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밝히면서 회담 장소가 어디로 정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적 의미와 북한에서의 접근성을 따져보면 베트남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소에 대한 구체적 힌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취재진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어디냐’고 묻자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거리(within plane distance)”라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의 비행 가능 거리를 염두에 둔 답변으로 보인다.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항공기로, 비행거리가 1만㎞ 수준에 불과해 북한에서 가까운 아시아 지역이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접근성과 함께 정치적 의미도 고려해 회담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 장소 물색에 나섰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몽골, 하와이, 판문점 등이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양한 조건을 고려했을 때 베트남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많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치렀으나 1973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95년 수교를 통한 관계 정상화까지 이뤘다는 점에서 북·미 관계에 줄 수 있는 정치적 의미가 상당히 크다. 또 베트남은 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적극적인 개혁·개방정책으로 경제발전 성과를 거둬 북한에 모범이 될 수 있다. 베트남 정부도 북·미 정상회담 유치에 적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7일 “양국 대사관이 모두 있고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갖는 상징성도 커 베트남이 유력한 것 같다”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대행이 지난달 연이어 베트남을 다녀온 것도 장소 물색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 개최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혔고 북한과 외교 관계가 있는 몽골과 인도네시아도 후보지로 꼽힌다. 판문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참석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스위스나 스웨덴 등 유럽 중립국은 거리가 멀어 낙점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