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어린이집은 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상당수 직장어린이집이 정직원 위주로 시설을 운영한다. 더욱이 해당 사업장의 고용보험 가입자 위주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제도 탓에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거나 협력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은 어린이집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보육사업 안내’에서 “동일 사업장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등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자녀가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에 노력해 달라”고 8일 주문했다.
그렇지만 직장어린이집 입장에서 말 그대로 ‘모든 근로자 자녀’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근로자의 자녀를 입소시킬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받는 운영비 지원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고용보험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 운영하는 사업장 소속의 피보험자 자녀 비율을 기준으로 운영비를 지원한다. 고용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은 직장어린이집 입소 대상자를 부모 둘 중 최소 한 명은 고용보험 피보험자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는 직장어린이집의 기피 대상이 된다. 서진숙 전국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실제 이 조항이 직장어린이집에서 비정규직 자녀를 꺼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43.6%로 전년보다 0.5% 포인트 떨어졌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민간 직장어린이집 388곳 중 307곳이 비정규직 자녀를 아예 안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파견직 자녀는 입소가 원천봉쇄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파견직 자녀의 직장어린이집 입소를 장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직장어린이집을 만들 때부터 파견직 자녀는 고려되지 않는다.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사업장의 판단 기준’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세워야 하는데 여기서 상시근로자는 정규직과 임시직, 일용직, 육아휴직자, 단시간근로자다. 해당 기준에 ‘직접 고용하지 않은 파견직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에 비정규직 자녀도 수용하라고 촉구하지만 제재 수단은 없다. 지난해 3월 신 의원이 비정규직 자녀를 차별한 직장어린이집에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는 이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영유아보육법도 자사 근로자만을 직장어린이집 의무사업장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를 포함하도록 함께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직장어린이집 ‘갑질’… 운영비 때문에 비정규직 자녀 거부
입력 2019-01-08 04:03 수정 2019-01-14 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