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타 돌린 정부 조세정책, 기업 세금 부담 완화, 경제 氣 불어넣기

입력 2019-01-08 04:02

정부가 조세정책의 방향타를 돌렸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세제 강화’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대기업에 ‘예외의 길’을 터주고 나섰다. 조건은 있다. 대기업이 혁신성장에 투자하고 필요한 부품을 조달할 때만 세금 부담을 완화해준다.

밑그림은 얼어붙은 경기 녹이기다.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걸 차단해 생산적 투자를 유도하고, 기업 활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제조업 경기 침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대 저성장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다.

기획재정부는 7일 ‘2018년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고, 저소득층의 세금을 줄이는 기존 방향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해서는 세 부담 일부를 줄여주기로 했다.

우선 기재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키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 총수가 내부거래로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공정거래법(검찰 고발 및 과징금)과 세법(증여세)이 동시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해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세법에선 일부 완화됐다. 현재 대기업 총수 및 관련 친인척이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이런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의 30% 이상이면 증여세를 부과한다. 기재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대신 계열사가 특허를 보유해 부품·소재를 내부거래로 납품할 수밖에 없는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기준이 되는 ‘30% 내부거래 비중’에 해당 거래의 매출액을 반영하지 않는다. 현행 공정거래법도 ‘기술적 특성상 전후방 연관관계에 있는 계열사 간 거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뺀다. 규제를 비슷하게 맞추는 조치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예외 사유를 적용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재부의 이번 조치는 과감한 규제 완화로 볼 수 있다. 수직적 구조를 따라 계열사로부터 주로 부품을 조달받는 제조업체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재부는 대기업의 혁신성장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혁신성장 투자에 대해 세금을 적게 부과한다. 대기업이 블록체인, 미세먼지 저감 기술, 웨어러블 로봇 등 16개 분야의 신성장 기술을 연구·개발(R&D)하면 관련 비용의 최대 3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대기업이 취득한 혁신성장 자산에 대해 ‘가속상각’을 허용해 세금 부과를 연기해준다. 자산의 범위는 혁신성장을 위한 연구와 인력 개발을 위한 설비, 신성장 기술 사업화를 위한 시설 등이다.

기업이 초연결 네트워크(5세대 이동통신)를 위해 구입한 장비도 세액공제에 포함한다. 공제율은 최소 2%다. 정부는 기업이 주식을 매각한 뒤 벤처기업에 1년 이내 재투자할 경우에도 양도소득세 부과를 연기할 방침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