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군 장성급 인사자료를 분실해 논란이 된 정모(36) 전 행정관이 사고 당일 청와대 밖에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을 만난 것에 대해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7일 밝혔다. 나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청와대 직원으로서 인사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는 해명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실 소속이던 정 전 행정관은 2017년 9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근처 카페에서 김 총장을 만났다. 정 전 행정관은 김 총장과의 만남 직후 인사자료가 든 가방을 통째로 분실했다. 그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를 거쳐 대기발령 후 의원면직됐다.
정 전 행정관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에서 일했고, 그해 치러진 제6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직후 청와대에 들어왔다. 실무수습을 갓 마친 시기에 자료 분실 사고를 냈다. 이제 막 청와대에 입성한 행정관이 인사절차를 물어보러 육군 최고책임자를 불러낸 것이다.
김의겸(사진) 청와대 대변인은 “인사수석실 행정관은 (장성 인사에 관한) 대통령의 철학과 지침에 대해 추천권자인 육참총장과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며 “4급 행정관이든, 인사수석이든 대통령의 지침을 수행하는 비서”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만남의 장소가 국방부 사무실이 아닌 카페였던 것을 두고 “꼭 격식을 갖춰 만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분실한 자료가 2급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공식문서가 아니고, 김 총장과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 정 전 행정관 개인이 작성한 자료라는 입장이다.
야권은 “인사절차를 무시한 청와대의 직권남용”이며 “군 포함 고위공무원들이 현 정권에 얼마나 비굴하고 원칙 없이 휘둘리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 행정관의 위세가 그렇게 강한 건지 모르겠다”며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에서 “행정관 말 한마디에 참모총장이 쪼르르 달려가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청와대 정부’가 얼마나 권위적이며 기강이 해이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김병준, ‘못 만날 이유 없다’는 청와대 설명에 “코미디 같은 일”
입력 2019-01-07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