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휴전 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 대표팀이 베이징에서 협상을 위해 마주 앉았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미국 협상단은 7일 오전 9시쯤(현지시간) 차량 10여대에 나눠 타고 중국 상무부 청사에 도착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서우원 상무부 부부장을 비롯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등의 부부장급들이 출동했다. 차관급 실무회담이 8일까지 이틀간 원만하게 진행되면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달 중 미국을 방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중 협상은 차관급 실무회담이지만 1차 시한인 3월 1일까지 협상 로드맵을 그리면서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는 자리다. 양측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지 주요 쟁점도 가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지식재산권, 화웨이와 차세대 이동통신(5G), 중국제조 2025, 에너지, 농산물 수입, 자동차 관세, 은행 시장 개방 등 7가지를 제시했다.
지식재산권 분야는 양국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이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 기업의 기술을 도둑질하고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한다고 비판해 왔다. 중국은 자국 진출 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난 1일부터 최고인민법원 산하에 지식재산권 전담 법원을 설립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문제는 이행”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창업자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 더욱 부각된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5G 문제도 중요한 의제다. 미국은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스파이칩을 심어 서방의 국가기밀을 해킹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화웨이를 통제하자 서방국가들도 5G 장비공급 업체 선정에서 화웨이 배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이 2025년까지 10개 첨단제조업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기술 굴기’ 정책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주면서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불공정한 관행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주요 원유·천연가스 수출국인 미국이 중국에 수입 확대를 원한다.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협상 카드로 쓰려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옥수수, 면화, 수수, 돼지고기 등 농산물에 부과하고 있는 보복관세 철폐나 미국산 자동차 관세 인하 등도 비슷한 카드가 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선 중국의 시장 접근 여부가 쟁점이다. 스위스 UBS그룹이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현지 합작법인의 과반 지분을 확보했고, JP모건과 노무라 등은 51% 지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핵심 쟁점인 지식재산권 분야의 개선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에는 영국 가전제품 업체 다이슨의 헤어드라이어 모조품을 대량으로 제작·유통한 일당을 검거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상하이시 공안국은 광둥성 공안국과 함께 광둥성의 다이슨 헤어드라이어 모조품 제작 공장 2곳을 적발해 제작과 유통에 관여한 36명을 체포했다. 또 모조품 헤어드라이어 400여개, 반제품 1500여개, 부품 20만여개도 압수했다.
경찰은 인터넷에서 구매한 제품이 가짜였다는 소비자 신고를 받고 지난해 8월 수사에 착수해 세계 최초로 ‘짝퉁 다이슨’ 제조·유통업자들을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제조한 헤어드라이어는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으나 장시간 사용 시 과열이나 폭발이 일어나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공안은 설명했다. 가짜 헤어드라이어는 정품 헤어드라이어의 중국 내 정가인 2990위안(약 48만7000원)의 50∼70% 가격에 판매됐다. 이들은 작년 한 해 1000만 위안(약 16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지재권·화웨이·5G 최대 쟁점… 美·中, 주고받을 카드 탐색전
입력 2019-01-0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