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달리는 차창에 “쨍그랑”… 터널 ‘고드름’ 주의보

입력 2019-01-07 18:51
서울 동작구 상도터널 입구 근처 천장과 보행자통로 구조물 등에 7일 길이 60㎝가 넘는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지난 3일 이 부근에서 고드름이 떨어지는 바람에 운전자들이 놀라 연속 다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박찬호 기자

지난 3일 오전 10시10분쯤 서울 동작구 상도터널 한강대교 방향 입구 50m 지점에서 10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2시50분에도 첫 사고 지점에서 불과 20m 떨어진 곳에서 3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두 사고 지점 모두 터널 입구 근처였다.

당초 사고 원인은 운전자 부주의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원인을 터널에 맺힌 고드름으로 보고 있다. 터널이 노후화되면서 누수가 발생했고, 한파로 고드름이 됐다 떨어져 운전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7일 “당일 현장에 출동했을 때 사고 지점 천장에 고드름이 10개 이상 얼어 있었다”며 “고드름이 튀어 날아가자 운전자들이 놀라 급정지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누수로 터널 천장에 생긴 고드름이 녹아 터널 안 보행자통로에 설치된 칸막이에 튕기면서 도로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두 번째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에도 해당 지점에서 고드름이 떨어진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단순 계산 시 상도터널 높이인 7.1m 높이에서 낙하하는 1㎏ 무게 고드름은 1.2초 만에 약 시속 42.48㎞로 바닥에 부딪힌다. 부딪히기 직전 고드름이 갖는 에너지는 시속 111㎞로 날아가는 야구공과 비슷하다. 터널 진입 시 운전자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지는 만큼 겨울철 터널 누수 등의 위험은 사전에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방 당국은 사고 당일 문제가 된 고드름을 제거했다. 하지만 누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위험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7일 오전 방문한 사고 지점 터널 천장과 보행자통로 쪽에는 여전히 60㎝ 이상의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다. 천장에서 녹아 떨어진 물이 다시 얼어 도로면에도 얼음이 있었다. 관리 책임을 맡은 서울시 산하 남부도로사업소 역시 올겨울 세 차례 고드름 제거 작업을 했지만 연이은 사고를 막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겨울에도 고드름으로 같은 장소에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상도터널은 누수에 따른 겨울철 고드름 및 결빙 문제가 수년간 지적돼 온 곳이다. 서울시가 2012년 작성한 상도터널 정밀점검 보고서에는 ‘라이닝(터널 입구) 배면 지반의 암반 등에서 유입되는 지하수가 배수 기능 저하로 균열’ ‘시공이음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으로 누수가 발생’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작성된 보고서에도 ‘콘크리트 라이닝에 누수, 백태(물이 증발해 생기는 하얀색 결정) 발생’ ‘시공이음부 박락(떨어짐) 및 들뜸 현상을 중점 유지 관리해야’ 등의 지적사항이 담겼다.

이처럼 수년 전부터 누수 발생이 지적돼 관리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관리 당국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남부도로사업소 측은 “상도터널 내에 고드름이 어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예산 문제로 현재 단일 보강공사 계획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했다. 상도터널은 1981년 준공된 노후 터널로 서울시 정밀점검 대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31년 이상 된 노후 터널은 전국적으로 2749개에 달한다.

김은겸 서울과기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오래된 터널은 콘크리트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균열과 누수가 일어나 입구 부분에 고드름 현상이 자주 생긴다”며 “보강공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만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려 공사가 이뤄지지 않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효석 박찬호 기자 promene@kmib.co.kr